[매경닷컴 MK스포츠(진주) 임성일 기자] 조광래 감독이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을 때, 그가 선수들에게 지시하던 ‘단디해라’가 축구 팬들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다. 경상도 사투리로 ‘잘해라’ ‘제대로 해라’ ‘똑바로 해라’ 쯤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본디 사투리란 ‘포괄적인 뜻’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표현자체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디해라’ 역시 마찬가지다. 경남 진주 출신인 조광래 감독은 “단디해라는, 기본적으로는 단단히 잘하자는 뜻이지만 그 안에는 자율 속에서 무한책임을 지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경기장에서 거리낌 없이 뛰되 대신 그것에 대한 책임까지 지어야한다는 의미”라는 설명을 전했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철학의 중심에는 ‘단디해라’가 들어있다.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철학의 중심에는 ‘단디해라’가 들어있다. ‘조광래 축구교실’ 첫돌을 기념하는 1주년 기념행사의 명칭도 ‘단디 페스티발’이었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10일 진주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단디 페스티발’은 잔치였다. 130여명 축구교실 회원과 아이들의 부모가 주인공이었던 이 페스티벌은 형식적인 틀을 깨뜨린,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였다. 이창희 진주시장과 박대출 진주갑 국회의원, 유계현 진주시의회 의장 등 진주시를 대표하는 이들이 빠짐없이 참석했으나 그들을 위한 단상도, 길고 형식적인 인사말도 없었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단디 페스티발’의 개막식은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춘 뒤 정면에 있는 단상을 바라보는 여느 행사의 시작과는 달랐다. 녹색 잔디구장 하프라인의 센터서클을 중심으로 어린이와 학부모, 조광래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모두 둥그렇게 모여 함께 에어로빅으로 몸을 풀고, ‘빠빠빠춤’으로 흥을 돋으면서 막을 올렸다.
연령대별로 흩어져 아이들의 경기가 펼쳐졌고 중간에는 아빠들의 축구경기도 펼쳐졌다. 조광래 감독 역시 아버지들과 오랜만에 땀을 흘렸다. 점심시간에는 주최 측이 마련한 김밥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고 이어 엄마들의 슬리퍼 멀리던지기가 펼쳐져 ‘아줌마’들의 치열한 승부근성도 볼 수 있었다. 잔치에 빼놓을 수 없는 경품추첨은 가장 호응도가 좋았던 시간이다. 기성용 친필사인, 이청용 친필사인, 조광래 감독의 친필사인이 새겨진 ‘레어 축구화’를 받은 아이들은 이날이 곧 생일이었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잔치였다.
조광래 축구교실은 기본적으로 축구를 가르치는 곳이다. 이청용 고명진 윤일록 고요한 이용래 등 재능 발굴에 일가견 있는 조광래 감독의 혜안으로 또 다른 축구재능의 발굴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축구교육에 그치지 않는다. ‘축구 그 이상을 추구합니다’라는 모토와 함께 1. 올바른 생활태도 교육 1. 건전한 가치관 정립 1. 사회성 함양 등을 염두해 ‘축구만 가르치는 축구교실’을 탈피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젝트다. 지금 축구를 잘하는 선수보다는 나중에 축구를 잘하는 ‘큰 선수’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다.
더 나아가 진주를 축구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초석이기도 하다. 조광래 감독은 “이제 시작이다. 시의 도움을 받아 전용 경기장을 만들고 있다. 내년이면 완공이 될 것이고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아이들이 운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덧붙여 “진주에 있는 축구 꿈나무들을 위한 공간은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 진주로 축구 전지훈련을 올 수 있는 기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진주의 인재들을 육성하는 동시에 진주를 축구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큰 꿈이다.
‘단디 페스티발’이 진행되는 내내 딸과 공을 차는 아빠의 모습, 아들과 함께 뛰는 엄마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발과 공으로 하나 된, 그야말로 페스티발이었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조광래 감독은 “성장한 뒤 습관을 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려서부터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통해 좋은 습관을 들여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조광래 축구교실이)그것을 위한 작은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뜻을 전했다. 그 노력이 이청용이라는 큰 날개를 발굴했음을 알고 있다. 중요한 작업이다.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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