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2013년은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최고의 한해였다.”
2013 시즌을 되돌아보면 두산 베어스의 다크호스는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유희관(27)이었다. 유희관은 41경기에 등판해 10승7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두산은 그토록 원했던 좌완 에이스를 마침내 얻었다. 유희관은 두산 토종 왼손투수로서 25년 만에 10승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이뤘다.
프로데뷔 5년 만에 첫 개막 엔트리에 등록된 유희관은 초반 구원투수로서 든든한 허리역할을 했다. 구원투수로서 23경기에 나와 2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한 유희관은 지난 5월 4일 깜짝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어깨 근육 뭉침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더스틴 니퍼트 대신이었다.
유희관은 두산 토종 왼손투수로서 25년 만에 10승 투수가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이후 두산의 ‘믿을맨’으로 성장한 유희관은 선발 18경기에서 8승6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하며 자타공인 ‘에이스’로 성장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5경기에 나와 29⅓이닝을 책임지며 1승 평균자책점 2.15를 기록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는 7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상대 타자들의 발목을 묶었다.
유희관은 올해를 돌아보며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한 해였다”라며 회상했다. “첫 개막 엔트리에 들었고 선발과 구원투수로서 경기에 나와 10승을 달성했다. 또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하면서 야구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을 다한 것 같다. 기회와 운이 함께 따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희관은 주로 130km대 느린 직구와 70km대 초슬로 커브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느림의 미학’이란 별명을 얻은 유희관은 “내년이 더 중요하다. 분명 상대팀이 나에 대해 파악하고 분석을 마쳤을 것이다. 이제 상대 타자들이 나를 파고 들어올 것이다. 나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희관은 “좌타자 피안타율(0.332)이 높다. 좌타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우타자(피안타율 0.221) 뿐 아니라 좌타자까지 완전히 공략해야 점수를 더 안 줄 수 있다. 좌타자에게 초점을 맞춰 중점적으로 공부 하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10일 오후 일본 미야자키로 마무리 훈련을 떠난 유희관은 “올해와 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며 다시 얻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지난 시간은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 하겠다”라며 다짐했다.
유희관은 시즌 막판까지 NC 다이노스 이재학과 신인왕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수상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유희관
올해보다 다음 시즌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자신과 약속했다. 현 시점에서 스스로 만족한다면 분명 나태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유희관은 “이번 마무리 훈련 동안 체력보충에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체력이 곧 선수의 성적과 생명을 이어가는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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