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스위스(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러시아(19일 UAE 두바이)로 이어지는 유럽 강호들과의 2연전을 앞두고 있는 홍명보호 5기의 화두는 ‘김신욱 활용법’이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김신욱이 K리그의 활약상을 발판으로 대표팀에 재승선하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시즌 19골로 생애 첫 득점왕을 예약한 만큼 김신욱의 골감각은 절정이다. 최근 열린 5경기 중 4경기에서 골맛을 보았다. 특정 경기에서 ‘반짝’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결정력을 선보이고 있는 기록이라 더 고무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머리’가 아닌 ‘발’로 만든 골이다. 때문에 홍명보 감독도 ‘진격의 거인’을 재호출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는 게 아니라 땅을 봐야 별을 딸 수 있다. 김신욱의 머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발부터 살려야한다.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진= MK스포츠 DB |
여기에 홍명보 감독이 예전과 다른 활용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혀 그 결과에 더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홍 감독은 소집 첫날이었던 12일 “김신욱은 장점이 많은 선수다. 그 장점을 어떻게 경기장에서 표출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김신욱보다는 김신욱을 제외한 9명이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축복받은 하드웨어와 거구답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좋은 공격수를 제대로 쓰기 위한 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였다.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의 출발은 ‘고민의 공유’였다. 홍명보 감독은 “무작정 김신욱을 향하는 패스가 아닌,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김신욱에게 공을 넘겨야 상대에게 위협적일 수 있는지를 모두가 생각하고 공유해야한다. 이를테면 상대의 스텝까지 파악해야하고, 앞으로 패스를 해야 하는지 뒤로 줘야 하는지 세밀한 것까지 생각을 해야한다”면서 “상대는 어렵고, 우리는 쉽고 위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김신욱의 머리만 노리는 무책임한 패스는 김신욱을 죽이고 곧 팀을 죽이는 길이라는 것을 동료들이 생각해야한다는 일침이었다. 이는 곧 “김신욱이 투입되면 동료들이 무의식적으로 롱볼을 보낸다. 플레이가 단조로워진다. 우리의 패턴이 상대방에게 읽히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는 말로 김신욱을 한동안 배제시켰던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런 우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김신욱보다 김신욱 주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명보 감독의 판단은 현명해 보인다. 김신욱은 머리를 잘 쓰는 선수이지 머리만 잘 쓰는 선수는 아니다. 거구답지 않은 기술과 킥을 보유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선수다. 기성용은 입소 후 “주위에서는 신욱이를 헤딩만 잘하는 공격수라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신욱이는 테크닉이 상당히 좋은 공격수다”는 말로 이런 견해를 뒷받침했다. 그 장점을 살리려는 노력이 분
골 혹은 승리라는 ‘별’을 따기 위해 무조건 ‘하늘’만 바라보고 패스한다면 다시 실패할 수 있다. 김신욱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발을 살려야한다.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세밀한 것까지 고민해 ‘땅’을 보고 패스해야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머리도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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