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2013년 11월15일, 대한민국 축구는 위대한 플레이어 한명을 아쉽게 떠나보냈다. 2002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왼쪽 풀백으로 명성을 떨쳤던 이영표가 스위스와의 A매치 평가전이 열리던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팬들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A매치 127회라는 커다란 발자국과 함께 이영표라는 성실함과 현명함의 대명사는 이제 무대 뒤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날 한국축구는 또 다른 선물을 받았다. 벌써부터 제2의 이영표라는 호들갑을 떨 상황까지는 아니나 내내 주인을 찾지 못하던 왼쪽 풀백 자리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김진수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영표라는 뛰어난 플레이어를 아쉽게 떠나보내던 날, 한국축구는 김진수라는 또 다른 선물을 받았다. 사진(상암)= 김영구 기자 |
대표팀에 처음으로 부름을 받았던 지난 7월 동아시안컵 때부터 범상치 않은 기질을 선보였던 김진수는 A매치를 거듭할수록 확실히 자신감이 배가되는 모습이다. 스위스전까지 포함해도 A매치 5경기에 불과한 이력이나 플레이는 전혀 초짜답지 않았다. 유럽 선수들과 맞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대담함, 악바리 같이 쫓아가는 승부근성 그리고 돌파할 때와 패스할 때를 파악하던 지능적인 플레이까지, 이영표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전반 10분 짧은 바디 스워브와 함께 왼쪽 터치라인을 돌파한 후 올린 왼발 크로스, 전반 33분 측면에서 끝까지 경합한 후 공을 빼앗아내던 모습 등 이영표의 악바리 시절을 보는 듯한 장면이 여럿이다. 침착함이 필요한 부분에서 경험 미숙으로 인한 조급함이 간간이 보이기는 했으나 시간 속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외려 지금은 당당함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후반 20분 이근호가 완벽하게 왼쪽 측면을 돌파할 수 있도록 도왔던 가벼운 로빙 패스는 일품이었다. 이것은 중앙에 있는 김신욱까지 연결됐다. 비록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골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는 흡족한 플레이었다. 공격에 가담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던 김진수에게 홍명보 감독은 박수를 보냈다.
이영표는 14일 축구협회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긴 시간 동안 왼쪽 윙백의 적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후배들이)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오히려 다른 포지션보다 유독 좋은 선수가 많아서 한 선수를 선택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경쟁이 치열해 한 명을 선택하지 못한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의 길을 따르려는 후배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어느 정도는 위로였다. 다양한 재능들이 있었던 것은 맞으나 아직 그 누구도 유일한 재능은 되지 못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영표가 정든 필드를 떠나려던 날 김진수라는 새로운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스위스전에서 한국은 많은 것을 얻었다. 먼저 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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