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귀포) 전성민 기자] “앞으로 꾸준히 활약해서 2,3군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오랜 2군 생활을 이겨내고 1군 무대에 당당히 서 있는 이양기(32)가 갖고 있는 꿈이다. 2,3 군 생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양기는 16일 제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2,3군에 있으면 많이 힘들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선수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참고 이겨내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이양기가 9회말 극적인 안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양기는 2011년 전문 대타 요원으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그해 93경기 147타수에 선 이양기는 타율 2할7푼9리 17타점을 기록했다.
어렵게 1군 무대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이양기는 “2012년도 카림 가르시아가 빠져 우익수 주전 자리가 비었다. 캠프 때 욕심을 내 무리하다가 무릎이 아파 조기 귀국했다. 몸을 잘 만들지 못해 이후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양기는 2012년 49타수에 그쳤다.
2013년 중반까지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야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심리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이양기는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2군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했다. 3군에 두 달 정도 가 있게 됐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야구 배트를 놓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장타를 날리기 위해 당겨 치는 스윙이 위주였던 이양기는 밀어치는 것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두 달 정도 훈련하니 스윙이 좋아졌다. 마음을 비운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양기는 “편안하게 마음을 가지니 공이 더 잘 보이더라”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섰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양기는 8월7일 SK전부터 주전으로 활약했다. 8월9일 삼성전에서 6타수 5안타(2루타 3개) 5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경기를 했다.
이양기는 2013년 5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리 30타점 득점권타율 3할4푼5리를 기록했다. 이양기는 “타율보다는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타점과 득점권 타율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양기는 “2군 코치님들에게 축하한다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 2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다. 2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양기가 힘이 들었을 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어머니였다. 이양기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어머니 혼자 계신다. 어머니께서 가장 큰 힘을 주신다. ‘잘하라는 말보다 마음 편히 하라는 말’을 해주시는 분이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2013년 어머니가 경기장에 오신 경기에서 이양기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 후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을 하지 않고 몰래 야구장을 찾아 아들을 멀리서 응원했다. 이런 어머니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이양기가 있었다.
이양기는 2014년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13년에는 단타 위주로 밀어쳤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김종모 타격 코치님께 손목의 스냅을 잘 쓸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있다. 공을 결대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힘을 실어 장타력을 높이려 한다. 처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야구다. 이양기의 야구 인생도 마찬가지다. 오랜 무명 기간을 거친 이양기는 8회까지 고전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 9회가 남아있다. 9회 터진 역전타는 그 어느 안타보다 값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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