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끝판왕’ 오승환(31)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이적이 가시화됐다. 지난 20일 일본야구기구(NPB)의 신분 조회 요청에 이어 한신과 이적 합의 보도가 전해졌다. 원 소속구단인 삼성과의 임대 이적료 등 세부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나, 삼성이 오승화의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천명한 터라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조만간 공식 발표가 전해질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을 놓고 고민하던 오승환이 일본으로 마음을 굳힘에 따라, 그가 한국 무대처럼 일본 무대에서 돌직구를 던지며 끝판왕의 위력을 떨칠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승환보다 앞서 일본으로 건너간 선배들을 살펴보면 성공할 가능성은 꽤 높은 편이다. 선발이 아닌 구원투수이며, 요미우리가 아닌 팀으로 간다.
오승환의 한신행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과거 일본에서 뛴 선배 투수들을 봤을 때 그는 성공 요건을 갖추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선동열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2001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실력 있는 한국 투수 영입은 활발했다. 가장 늦게 간 임창용이 가장 오랜 시즌(5년)을 뛰었다.
6명 모두 한국 무대를 주름 잡았던 이들이다. 한국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일본으로 건너갈 때도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에 지급한 임대 이적료만 봐도, 그 기대치를 엿볼 수 있다.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모두 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다. 적응에 실패하거나 코칭스태프와 불화 등으로 제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돌아온 이들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선발보다 불펜 자원의 성공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은 일본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성공 발판을 제대로 밟은 셈이다.
1996년 첫 해 5승을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5.50에 그쳤던 선동열은 이듬해부터 3년간 정상급 마무리로 위력을 떨쳤다. 3년간 95세이브를 올리며 사사키 가즈히로와 함께 양대 산맥이었다.
이상훈도 1999년 6승 5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하며 선동열, 이종범과 함께 주니치의 센트럴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구대성 역시 4년간 110경기 24승 34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86을 올렸다. 약체 오릭스 소속이라 승수 사냥이 어려웠지만, 2002년에는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2위에 오를 정도로 빼어난 투구를 과시했다.
‘미스터 제로’ 임창용은 선동열을 넘어섰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128차례나 구원 성공을 했다. 큰 기복도 없었으며 통산 평균자책점도 2.09로 역대 한국인 투수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떠난 정민철과 정민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요미우리에서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했다. 한국에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했던 정민철은 일본에서 2년간 12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다. 승수는 겨우 3승이었다. 100승을 딱 채우고 역대 최고 임대 이적료(5억5000만엔)로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정민태는 2년 동안 40이닝(38⅔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평균자책점은 6.28로 한국최고 투수에 어울리지 않았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요미우리가 직접 데려온 선수는 모두 실패를 맛봤다는 것이다. 요미우리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긴 하나, 투수로서 요미우리에서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정민철과 정민태는 100승을 이룬 최고 투수였지만, 요미우리에선 보통 투수가 됐다. 고려대 졸업 후 요미우리에 입단한 조성민도 부상 탓이 컸지만 초반에만 반짝 했을 뿐이다.
이와 다르게 선동열, 이상훈, 구대성, 임창용은 요미우리가 아닌 다른 팀을 택했다. 그리고 일본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나타냈다.
다만 임창용을 제외하고는 첫 해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이적 첫 해부터 펄펄 날면 좋겠지만, 한국과 일본은 가깝지만 환경 차이는 분명했다. 선배들처럼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역대 한국 프로 출신 투수의 일본 진출 성적
선동열 | 주니치 | 1996년~1999년 | 162경기 10승 4패 98세이브 ERA 2.70
이상훈 | 주니치 | 1998년~1999년 | 47경기
정민철 | 요미우리 | 2000년~2001년 | 12경기 3승 2패 ERA 4.70
정민태 | 요미우리 | 2001년-2002년 | 27경기 2승 1패 ERA 6.28
구대성 | 오릭스 | 2001~2004년 | 110경기 24승 34패 10세이브 ERA 3.86
임창용 | 야쿠르트 | 2008년~2012년 | 238경기 11승 13패 128세이브 21홀드 ERA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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