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양) 서민교 기자] 23일 고양 오리온스와 창원 LG의 경기 전 라커룸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서로 입장의 차이는 달랐지만, 최근 오심 논란의 영향은 분명 있었다.
오리온스는 피해 당사자였다. 오리온스는 지난 20일 서울 SK전에서 4연승이 끊겼다. 이날 경기 승부처에서 두 차례 결정적 오심이 나왔고, 한국농구연맹(KBL)도 이례적으로 오심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올 시즌 감독 1호 테크니컬 파울 퇴장을 당했다. SK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홈 27연승을 이어갔다. 경기 다음날인 21일 오리온스는 KBL에 재경기 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해당 심판은 1, 2주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23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창원 LG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에서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2쿼터 후반 선수들에게 수비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고양)=김재현 기자 |
추 감독은 “팀 분위기가 좋을 리는 없다. 될 수 있으면 선수들에게 (오심과 관련해)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스를 통해 다 봤더라”며 “억울하게 진 것은 진 것이다. 다음 경기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경기에 집중을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판정에 대해 신경을 쓰지 말고 선입견도 갖지 말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선수단의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다. 선수들은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다. 요즘 수비가 잘 되면서 시즌 초반 좋지 않았던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상황이었는데…”라며 울분을 토했고, 변기훈에게 공격자 파울 오심 판정을 받은 이현민도 “그거 말고도 4쿼터 3점슛 파울도 있었는데 그건 얘기가 안 나오는 것 같더라”며 억울한 마음을 전했다.
제 3자 입장의 LG도 불안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오심 논란 이후 오리온스에 보상 경기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 LG 구단 관계자는 “오늘 경기는 부담된다”고 했고, 김진 LG 감독도 “부담스럽긴 하다. 그래도 심판이 더 부담스러울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조용(?)했다. 3쿼터까지 양 팀 벤치는 심판 판정에 항의가 거의 없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추일승 감독과 김진 감독이 평소 거친 항의가 많지 않은 감독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그렇다.
양 팀 감독은 몇 차례 흥분한 항의는 있었다. LG가 39-40으로 역전을 당한 4쿼터 시작 2분6초 만에 LG 데이본 제퍼슨이 속공서 수비하던 전태풍을 상대로 공격자 파울을 저지른 것에 대한 항의였다. 전태풍은 완벽하게 두 발을 코트에 붙이지 않고 제퍼슨의 진로 방향으로 살짝 움직인 상황이었다.
추 감독은 45-52로 뒤진 종료 3분57초를 남기고 리온 윌리엄스가 골밑슛을 성공시킨 뒤 득점 인정 반칙이 주어지지 않은 것, 이어 49-54로 추격에 나선 종료 1분47초 전 역시 윌리엄스의 득점 인정 반칙이 불리지 않은 것에 짧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 이외에 경기는 물 흐르듯 잔잔했다. 오리온스 선수들은 추 감독의 우려대로 의욕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최근 5경기에서 보여줬던 전투적인 수비도 약해졌고, 3점슛도 23개를 던져 5개만 성공시켰을 정도로 정확도가 떨어졌다. 오리온스는 경기 막판 최진수와 전태풍의 3점슛으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59
LG는 문태종이 3점슛 5개를 포함해 26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 3블록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종료 직전 오리온스의 마지막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 3점 샷클락 버저비터는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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