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원주 동부가 답이 보이지 않던 악몽의 1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긴 연패의 늪이었지만, 연패 탈출과 함께 얻은 소득은 값졌다.
동부는 지난 24일 잠실 ‘안방불패’ 서울 SK의 28연승을 저지하며 12연패 탈출을 이뤄냈다. 삭발 투혼과 함께 힘겨운 결실을 맺은 눈물겨운 사투였다. 이날 동부가 거둔 한 달만의 승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 흐트러졌던 팀워크가 살아났고, 김주성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 하나, 두 시즌 전 쓰렸던 SK전 설욕도 해냈다.
지난 2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서울 SK 경기에서 원주 동부 선수들이 종료를 앞두고 동료들의 득점이 나오자 벤치에서 박차고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동부는 SK전에서 코트와 벤치 선수들이 함께 뛰었다. 이미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삭발 투혼을 보이며 의지부터 남달랐다. 김주성이 먼저 나서 삭발을 제안했다. 지난 22일 부산 KT전서 12연패를 당한 직후였다.
동부의 벤치는 경기 내내 시끄러웠다. 가만히 벤치에 앉아 있지 않고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과 호흡을 함께 했다. 특히 부상으로 뛰지 못한 김주성은 목이 쉬어라 선수들을 독려했고, 결정적인 득점이 터질 때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응원했다.
또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도 마찬가지. 아마추어 선수들이 정신력 강화를 위해 하는 액션인 일명 ‘코트 바닥치기’를 하는가 하면, 작전타임 때마다 모두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이충희 감독은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과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하나가 돼 좋은 결과가 나왔다. 모두 수훈 선수들이었다. 이제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항상 최고의 위치에 있던 김주성은 올 시즌 12연패, 삭발, 바닥치기 등 모든 경험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먼저 나섰다. 김주성은 “삭발을 한다고 의지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작전타임을 할 때도 모여서 파이팅을 하자고 했고, 코트 바닥도 찍자고 했다. 앞으론 이런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동부는 김주성이 단 1초도 뛰지 않은 가운데 승리를 따냈다. 또 올해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신인 두경민도 2분33초를 뛰는데 그쳤다. 팀 승리를 위해 기존 선수들이 똘똘 뭉쳐 거둔 성과였다. 이충희 감독은 “김주성 의존도가 강했는데, 김주성 없이 연패 탈출을 했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주성도 “나 없이 이기는 경기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나왔을 때 더 크게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론 오히려 내가 더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병우는 “주성이 형은 벤치에 있었지만, 마치 우리와 같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뛸 때도 벤치로 오고갈 때도 계속 토킹을 해줬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며 “주성이 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부가 얻은 또 하나의 소득도 있다. 동부는 2011-12시즌 잠실학생체육관에서 SK를 상대로 뼈아픈 추억을 갖고 있다. 동부는 지난해 2월22일 SK전서 프로농구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 16연승(현재 울산 모비스 17연승)이 멈췄다.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동부는 16연승 신기록 이후 주전들에게 휴식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반드시 17연승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당시 SK전에 동부 그룹 회장 및 고위 임원들이 대거 관전을 하기 위해 직접 체육관을 찾은 것. 게다가 SK의 성적은 부진했고 동부전 7연패에 빠진 팀이었다. 동부는 베스트 멤버를 기용하고도 SK에 77-91로 졌다. 그날의 기억을 품고 있는 동부는
동부는 12연패 탈출과 함께 안양 KGC인삼공사와 공동 9위(5승13패)가 됐다. 6위권과 3경기차에 불과하다. 시즌 초반 경험한 12연패의 경험이 독이 아닌 약이 될 시간은 충분하다. 동부는 5라운드 이후 군에서 제대하는 포워드 윤호영과 가드 안재욱이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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