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도자 첫 승을 신고했다. 물론 어시스턴트 코치로 거둔 승리지만 나에겐 큰 의미가 있는 첫 걸음이었다. 그 전에 앞서 미국의 D리그 드래프트 이후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싶다.
장시간에 걸친 D리그 드래프트가 끝난 뒤 드디어 선수 구성이 시작됐다. 그런데 나라가 커서인지 모든 선수가 합류해 소집되는 기간도 일주일 정도 걸렸다. NBA만큼 체계적이다.
첫 주는 빅맨과 스몰맨들이 훈련을 따로 진행했다. 우선 빅맨들이 먼저 와 훈련을 시작했다. 볼핸들링, 드리블, 그리고 포스트 플레이 훈련이 이어졌다.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고 훈련이 계속됐다. 선수들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내가 하는 역할은 선수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격려를 하며 돕는 일이다.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했다는 것. 그리고 스몰맨들이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기본기 훈련부터 시작. 빅맨과 달리 슈팅 위주의 훈련으로 집중됐다.
NBA 하부리그인 D리그 산타크루즈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약 중인 이규섭이 지도자 데뷔 첫 승 소식을 알렸다. 사진=이규섭 제공 |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간단히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곧바로 오후 5시 훈련 준비에 들어갔다. 개인 기초 훈련을 마친 뒤 오후에는 팀 패턴 훈련과 디펜스 팀 룰에 대한 훈련이다. D리그는 훈련 기간이 짧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 모든 부분이 약속된 패턴에 의해 진행됐다. 감독은 준비된 노트를 나눠주고 직접 설명을 곁들이며 훈련을 재개했다.
여기선 모든 훈련이 똑같다. 기본기 훈련으로 몸을 풀며 시작된 뒤 팀 전술에 대한 설명, 컨디셔닝 디펜스 훈련, 5대5 게임 등으로 진행된다. D리그도 하루 2회 훈련이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난 뒤 오전‧오후 훈련 모두 팀 훈련으로 바뀌었다. 첫 시범경기까지 보름 가량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의 연속이었다. 경기가 있는 주가 돼서야 하루 1회 훈련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첫 시범경기 상대는 레노 빅혼스였다. 방성윤이 NBA 도전을 위해 몸 담았던 팀이기도 하다. 선수 명단을 보니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브라이언 데이비스. 경력을 보니 KBL 삼성에서 뛰었던 데이비스였다. 반가운 마음에 트위터로 안부를 미리 묻고 연락처를 주고 받아 전화 통화를 했다. 데이비스의 말, 영어가 많이 늘었단다. 하하. 시범경기하는 날 보자고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지도자 데뷔전을 기다렸다.
시범경기 당일. 우리가 먼저 오전 팀 훈련을 한 뒤 원정 팀을 위해 체육관을 비워줬다. 여기서 기본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기쁜 마음에 데이비스를 보기 위해 상대 팀 훈련 시간에 코트를 찾았다. 그러자 레노 감독이 나에게 다가와 “워리어스 아니냐”고 물어 “그렇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여기 있으면 안된다”고 한 마디 들었다.
순간 너무 당황했다. 이건 KBL도 마찬가지다. 상대 훈련 시간에 코칭스태프는 물론 프런트도 들어가면 안된다. 이 정도는 말을 하지 않아도 당연히 아는 기본적인 약속인데, 내가 그걸 어겼다. “미안하다”고 나오면서 내 촌놈같은 짓에 창피함이 밀려왔다. 데이비스의 훈련 모습은 멀리서 잠깐 본 것으로 끝났다.
오후 7시 경기를 앞두고 2시간 전인 5시에 체육관에서 레노 감독을 다시 찾아 아까의 만행(?)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그러자 우리 프런트 직원이 와서 나한테 “루키”라고 약을 올렸다. 레노측에서도 같이 웃으며 “루키”라고 놀렸다. 나도 일단 웃음으로 부끄러운 상황을 넘겼다.
경기에 앞서 가진 가벼운 몸 푸는 훈련도 특이했다. 빅맨과 스몰맨이 철저하게 나눠져 따로 운동을 했다. 여기 모든 팀들의 훈련 방식이었다. 먼저 빅맨이 스트레칭과 가벼운 컨디셔닝, 포스트 훈련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 스몰맨이 나와서 훈련을 하고 라커룸에 모인다. 코칭스태프도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다가 경기 직전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팀 미팅을 한다.
첫 시범경기였기 때문에 감독의 지시사항은 하나였다. ‘팀의 기본 약속을 잘 지켜라.’ 그리곤 작년에 뛰었던 선수 특징을 최종 미팅으로 한 뒤 코트에 나섰다. 체육관 열기는 생각보다 뜨거웠다. 홈 경기를 실감
이날 경기는 나의 공식 지도자 데뷔 첫 승이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그동안 함께 고생했던 주위 사람들의 축하 세례가 쏟아졌다. 나의 D리그 시즌이 시작됐다.
[전 삼성 농구선수/현 산타크루즈 어시스턴트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