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이 2013년 아시아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ACL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래는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 감독 2년차에 아시아 축구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최용수 감독은 26일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열린 ‘2013 AFC 어워즈’에서 올해의 감독/코치상 부문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인으로 후보를 한정하는 규정에 따라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ACL 우승으로 이끈 마르셀로 리피 감독(이탈리아)이 제외된 득을 본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래도 2년차 지도자가 아시아 최고의 감독으로 공인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년차 때 K리그 감독상을 받은 최용수 감독이 2년차 때 아시아 최고의 감독의 영예를 안았다. 대한민국 대표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워낙 화려하게 첫발을 내디뎠기에 최용수 감독과 FC서울의 2013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굳이 2년차 징크스나 우승 후유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행보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전망은 사실이 되는 듯했다. 올 시즌 초반 FC서울은 크게 휘청거렸고, 한때 리그 12위까지 떨어지는 위기에 처했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쓰러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이 오면 반드시 챔피언다운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던 최용수 감독의 믿음과 함께 서울은 시나브로 강호의 면모를 과시하기 시작했고 결국 ACL과 정규리그의 두 마리 토끼를 끝까지 잘 쫓았다. ACL 준우승은 아쉬우나 내년도 ACL 진출권을 확보하면서 성공적인 평가가 아깝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AFC가 2년차 지도자에게 최고 감독상을 안긴 것 역시 같은 판단에서다.
최용수 감독은 역대 남자 부문 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6번째 한국인이 됐다. 박종환 감독(1995년), 차범근 감독(1997년), 차경복 감독(2003년), 허정무 감독(2009년), 김호곤 감독(2012년)에 이어 최용수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최용수 감독에게는 선배보단 스승에 가깝다. 거론된 이름들 모두 대한민국 축구사에 ‘명장’으로 기록될 이들이다. 그들과 ‘2년차’ 최용수 감독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연소 수상 기록도 경신했다. 역대 한국인 수상자 중 가장 젊은 나이에 AFC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된 이는 차범근 감독이었다. 1997년 당시 차범근 감독은 44세였다. 그 기록을 ‘제자’ 최용수 감독이 4살이나 앞당겼다. 올해 최용수 감독은 겨우 불혹에 다다랐다. 가장 짧은 커리어로
최용수 감독의 지도자 이력서는 벌써 화려해졌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최용수 감독은 “앞으로 축구할 날은 많고 길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지론이다. 최용수 감독이 오래 써내려갈 책에서 겨우 2장을 채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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