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강릉) 이상철 기자] 총알을 두둑하게 준비했다던 백종철 대구 감독, 그리고 과감한 공격 전술이 승리를 부르는 듯 했다. 그렇지만 수비가 아쉬웠다. 뒷심 부족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자동 강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승리였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대구는 27일 강원과의 강등 전쟁에서 웃지 못했다. 전반 32분 레안드리뉴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4분 황일수의 추가골이 터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승자는 대구 같았다. 강원의 거센 반격을 잘 막아내던 대구였건만, 후반 35분 이후 뒷문이 뚫렸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창과 방패 싸움이었다. 경기 전 백종철 감독과 김용갑 감독은 중원 싸움을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원으로선 대구의 측면 돌파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게, 패스 길목을 미리 차단해야 했다. 반대로 대구로선 그 압박을 견디면서 날카로운 패스로 강원의 두꺼운 수비벽을 뚫어야 했다.
대구의 레안드리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7일 강원전에서 전반 32분 선제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뒷심 부족으로 경기 막바지 2실점을 하면서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사진=대구 FC 제공 |
그리고 그 과감성은 골로 이어졌다. 기실 경기 초반 대구는 답답했다.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적으로 올라섰다. 그렇지만 공격의 세밀함이 매우 떨어졌다. 마무리 패스는 부정확했고, 무의미한 패스만 오갔다.
단조로움을 벗어나려 했던 대구였고, ‘킬 패스’로 결국 강원의 골문을 열었다. 전반 32분 첫 골은 앞서 강원 수비진 뒤로 띄운 크로스가 절묘했으며, 포기하지 않은 투지가 만들어냈다. 후반 4분에도 중원에서 치열한 볼 다툼을 한 끝에 따냈고, 이게 송창호와 황일수의 슈팅으로 이어지며 득점에 성공했다.
대구의 공세는 이후에도 위협적이었다. 교체 투입된 아사모아를 활용한 침투 패스로 강원 수비진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아사모아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으나, 대구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이 찬스 무산이 대구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경기 양상은 강원에게로 넘어갔다. 절실함은 강원이 더 컸다. 안방에서 패할 수 없고, 그리고 자동 강등될 위협에 놓인 13위로 추락할 수 없다는 마음이 강원의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좀처럼 공격이 풀리지 않던 강원은 후반 20분 들어서야 제 정신을 차렸고, 대구의 수비를 흔들었다. 후반 18분과 후반 21분, 후반 25분 회심의 슈팅이 연이어 골키퍼 조현우 선방에 막혔지만, 강원의 투지를 더욱 불태웠다.
집중력이 서서히 떠어진 대구 수비진이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따랐다. 강원은 후반 35분에 이어 후반 40분 최승인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대구 골문을 활짝 열었다.
운명이 뒤바뀐 대구는 추가시간 4분을 더한 남은 9분
백종철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전체적으로 경기를 잘 풀어갔는데 경기 막바지 집중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2-0으로 앞서고 있을 때 맞이한 찬스를 살려서 더 치고 나가야 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