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강릉) 이상철 기자] 최승인, 무명이었다. 축구팬은 물론 다른 팀도 그의 존재를 잘 알지 못했다. 올해 강원에 입단해, K리그 클래식 8경기를 뛰었다. 선발 출전은 딱 한 차례였다. 짧은 출전 시간 속에 도움 1개를 올린 게 전부였다. 이 22세의 무명 공격수가 벼랑 끝에 매달린 강원을 구했다.
최승인은 27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9라운드 대구전에서 후반 35분과 후반 40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강원의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패할 시 자동 강등이 되는 13위로 내려가는 터라, 승점 1점은 매우 귀했다. 강원은 대구와 승점 2점차를 유지하며 12위를 지켰다. 오는 30일 제주전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자동 강등을 피한다.
최승인은 K리그 클래식 9번째 경기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조커로 투입돼 2골을 몰아치며 패색이 짙던 강원을 구했다. 사진=강원 FC 제공 |
이번에도 교체 출전(후반 8분)이었지만 김용갑 감독은 철저히 준비된 카드였다고 밝혔다. 김용갑 감독은 “상대에게 노출이 안 됐지만 내가 정성을 들이는 선수다. 빠르고 헤딩과 골 결정력이 좋다. 승부수를 띄울 때 활용하고자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축하 및 칭찬 세례가 쏟아졌지만, 최승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자신의 골보다 경기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었는데 비겼기에, 더욱 아쉬워했다.
최승인은 “감독님께서 믿어주셨기에 열심히 준비했다. 다른 사람들 말을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저 공격에만 힘썼다. 그렇지만 오늘 경기는 이기려고 했지, 결코 비기려고 한 게 아니다.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역전골을 넣기 위해 세리머니도 하지 않고 빨리 하프라인으로 올라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감격적인 프로 데뷔 골이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그림이었다. 게다가 위기에 처한 강원을 멋지게 구한 의미있는 골이었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인 셈이다.
그런데 최승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최승인은 “뭔가 내가 잘 보이고 싶었던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팀에 잘 녹아들면서 많이 배우자는 생각뿐이었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것이고, 모두가 다 같이 해서 이룬 것이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대구전의 희열을 빨리 잊었다. 그의 눈빛은 3일 뒤 강원의 진짜 운명이 결정되는 제주전을 향하고 있었다. 최승인은 “뒤지고 있다가 극적으로 비겨서 팀 분위기는 매우 좋다. 그래도 우린 여전히 벼랑 끝에 서있다. 자만하지 않겠다. 제주전에서 꼭 승리해 잔류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