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임성일 기자] 흔하디흔한 표현이지만, 이럴 땐 불가피하게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울산이 다 잡았던 우승을 마지막 라운드로 넘기게 됐다.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반대로, 부산의 수비수 이정호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환승했다. 이래서 축구, 참 모른다.
부산이 27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시즌 37라운드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를 거두면 자력 우승이 확정되는 울산은 시즌 마지막 라운드(12월1일)에서 너무도 부담스러운 포항과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아직 울산이 승점 2점을 앞서고 있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되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부산의 이정호가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의 실수로 실점을 내줬으나 자신의 득점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 때문에 우승의 향방은 오리무중이 됐다. 사진(부산)= 한희재 기자 |
울산 김승규 골키퍼의 롱킥으로 비롯돼 부산 진영까지 흐른 공을 이정호가 골키퍼에게 보낸다는 헤딩 패스가 이범영의 키를 넘겼다. 이를 울산 공격수 하피냐가 끝까지 추격해 헤딩으로 방향을 바꿔 놓으면서 공은 골문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콜 플레이 미스였다.
만약 이대로 끝난다면 이정호와 이범영의 마음의 짐이 클 수밖에 없었다. 명백한 실수였고, 어이없는 장면이었다. 여느 경기였어도 질타가 불가피한 플레이었는데 이 경기는 시즌 우승이 결정되는 중대한 무대였다. 시즌 5연승을 달리면서 울산을 맹추격한 포항의 의지는 이정호의 실수와 함께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부러 그랬을 리야 없는 일이나, 이정호는 두고두고 괴로울 일이었다.
그랬던 이정호가 스스로 족쇄를 풀었다. 이정호는 후반 23분, 박종호의 프리킥을 헤딩슈팅으로 연결하면서 동점골을 뽑아냈다. 자신이 범했던 실수를 스스로의 골로 만회한 것이다. 이정호의 실수로 만든 울산의 1골과 이정호의 실력으로 만든 부산의 1골로 경기는 원점이 됐으나 분위기는 부산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후반 44분, 파그너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키면서 울산을 나
이정호가 지옥에서 천국행 열차로 환승하는 순간, 울산은 반대 상황이 됐다. 이제 승점 73점의 울산과 승점 71점의 포항이 12월1일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 트로피를 놓고 결승전 같은 승부를 펼치게 됐다. 이제 쫓기는 쪽은 울산이다. 이래서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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