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야구판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고교 및 대학 감독 또는 학부모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자격미달의 선수를 뽑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루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야구계에 오르내렸지만 최근 들어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몇몇 구단은 스카우트들의 부조리를 뿌리 뽑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스카우트란 행위 자체가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고, 또 주관적인 판단이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3~4명의 스카우트를 두고 있다. 이들은 3월부터 10월까지 고등학교와 대학 경기가 열리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니며 ‘진흙속의 진주’를 고른다.
이들이 선택한 선수는 곧바로 그 팀의 전력으로 이어진다. 스카우트들은 자신들이 고른 선수들을 즉시 전력감, 2~3년 뒤 1군용, 장기적 육성 등으로 선별해 구단 고위층 및 코칭스태프에 보고한다. 구단은 스카우트의 보고를 토대로 신인 선수들을 육성 관리한다. 프로구단의 성적은 스카우트의 능력과 직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프런트가 야구인 출신이 아니라는데 있다. 설령 야구인 출신이라 해도 선수를 판단하는 눈은 제각각이라 단칼에 이렇다 저렇다 재단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스카우트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모 구단 관계자는 “스카우트의 양식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스카우트를 뽑을 때 인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다”고 말했다.
몇 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신인급 선수가 기대만큼 성장해 주지 않으면 그때 가서 스카우트에게 책임을 묻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런 상황이 몇 차례만 거듭되면 그 팀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걷잡을 수 없이 성적이 곤두박질친다. 한번 하위권으로 밀려난 팀은 상위권으로 오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스카우트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연고지역에서 낙점을 받지 못한 선수가 다른 팀에 지명돼 펄펄 날아 다니는 경우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심한 경우는 어느 구단에도 선택받지 못한 선수가 신고선수로 입단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서기도 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몇 년 전부터 각 구단 사장과 단장들 사이엔 이런 말이 오간다. “스카우트를 믿으면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사장과 단장 등 구단 고위층이 결재 서류에 사인만 해서는 안 되고, 야구식견을 쌓아 스카우트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야구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국내 프로야구단의 몇몇 사장과 단장은 스카우트 이상으로 고교, 대학 선수들의 기량과 장단점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 이들은 ‘스카우트’에게 ‘스카우트’를 지시할 정도로 해박한 야구지식을 갖고 있다. 이런 사장과 단장 앞에서 스카우트가 ‘장난’을 치기란 불가능하다.
갈수록 프로구단의 스카우트 역할은 커져간다. 일부 구단은 각 지역별로 붙박이 스카우트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
야구단을 그룹 내 한직 내지는 거쳐 가는 곳으로 인식되던 시기는 지나갔다. 여기서도 실력이 없으면 바로 도태되고 만다. 야구단의 성적이 나지 않는 건 사장 단장의 책임이다. 감독을 쓰는 것도, 스카우트의 비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이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