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FC서울의 캡틴 하대성에게 2013년은 애매한 시즌이었다. 분명한 성취감도 있었으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초반의 불안함을 딛고 ACL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준우승에 그쳤다. 하지만 다음 시즌 ACL 진출권을 따내면서 새로운 기회를 보장받았고 자신은 3년 연속 리그 베스트MF로 선정됐다. 아쉬움과 뿌듯함의 공존이다. 대표팀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국가대표팀의 하대성은 FC서울의 하대성에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부임 후 하대성은 이전과는 다른 신뢰를 받으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대표팀 주장완장도 하대성의 팔에 감겼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는 경쟁력이 다소 주춤해진 것도 사실이다. 국가대표 하대성 역시 만족과 불만족이 공존했다.
모든 선수들이 달콤한 충전기에 들어갔으나 FC서울의 캡틴 하대성은 아직이다. 새로운 도전과 도전 사이에서 심사숙고 하고 있다. 사진= 한희재 기자 |
하대성은 “미팅도 자주하고 서로 독려하면서 믿고 의지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쉽게 올라가지 않더라. 어려운 시기였다”고 고백한 뒤 “강등권까지 떨어진 성적은 우리도 망신이지만 서울 팬들에게도 큰 망신이라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위기의식을 가졌다. 그러면서 결국은 딛고 일어섰다”는 설명을 전했다. 이어 “ACL 준우승은 분명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2013년을 되돌아봤다. 어려운 반전이었다.
이제 선수들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위한 충전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하대성은 아직 마음 편히 쉬지 못할 것 같다. 선수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 내년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도전과 도전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전자는 더 늦어지기 전에 도전하고 싶은 해외진출에 대한 고민이고, 후자는 역시 커리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월드컵에 대한 고민이다.
하대성은 “서울에서 정규리그 두 번(2010년, 2012년)과 컵대회 1번(2010년)을 우승했다. 올해도 ACL 준우승을 차지했다.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솔직히, 이제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년이면 나도 서른이다. 어쩌면 내년이 (해외진출을 위한)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속내를 들려주었다.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는 하대성이기에 그가 꿈꾸는 ‘더 큰 무대를 향한 도전’은 당연한 일이다. 그의 말마따나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드는 나이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 지체하기도 힘들다. 해외진출은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일이기도 하다.
하대성은 “당연히 서울에 있으면 보다 안정적으로 운동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나가서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선수생활이 많이 남았다고 보기 어려운 나이다. 더 늦기 전에 편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에 도전해보자라는 마음도 있다”면서 “구단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팬들도 좋은 팀으로 떠난다면 응원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고마운 일이다”는 말로 안팎의 정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든 판단이다. 이는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이라는 또 다른 도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대성은 “월드컵은 당연한 꿈이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쩌면 국내에 남는 게 유리할 수도 있기에 고민이 된다”는 솔직한 심경도 토로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선발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기준’을 생각할 때 확고부동한 서울의 캡틴 자리를 떨치고 새로운 팀에서 적응해야한다는 것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결국 ‘도전’과 ‘도전’ 사이에서 심사숙고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더 큰 선수로의 성장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3년 연속 베스트MF에 빛나는 리그 톱클래스 미드필더지만, 안주와 만족을 버리고 그 이상을 꿈꾸고 있는 하대성이다. 때문에 새로운 무대에 대한 도전을 꿈꾸고 있는 것이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월드컵이라는 바다에 나가고 싶은 것이다.
하대성은 “아직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홍명보)감독님이 믿고 기회를 많이 줬는데 대표팀에서는 아쉬운 점을 많이 남긴 것 같다. 만약 내년 초 전지훈련에 소집이 된다면 정말 마지막이라는 기회로 여기고 임하겠다”는 말로 각오를 다지면서 “이제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힘든 선택을 앞두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제는 좀 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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