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강원FC의 성적은 6승2무2패다. 상위그룹 팀들을 모두 포함시켜도 승승장구했던 포항과 울산 정도를 제외하면 강원보다 마지막 스퍼트가 좋았던 팀은 없다. 그 짜릿한 뒷심으로 강원은 12위로 시즌을 마치고 승강 PO에 진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 아름다웠다.
김용갑 감독과 함께 ‘멘탈 갑’이 된 강원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7월16일 서울전부터 9월1일 울산전까지, 무려 8경기를 내리 패할 때만해도 답이 없어보였던 ‘승점자판기’ 강원이 갑자기 승점을 쓸어 담는 위치로 바뀌었으니 축구 참 모를 일이었다.
설명하기 곤란할 때 쓰이는 ‘매직’이라는 단어가 강원FC 앞에 등장할 무렵, 김용갑 감독은 “축구에 매직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상대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한 결과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강원의 2013년 캐치프레이즈는 ‘투혼’이었다. 그 깃발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과 함께 변화가 가능했다는 김용갑 감독의 말은 평범하나 깊은 울림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원의 도전은 참 아름다웠다. 하지만, 끝이 너무 좋지 않았다.
↑ 강원의 마무리가 아름답지 않다. 강원FC 팬들이 많이 한숨짓고 있다. 비단 강등이라는 결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1차전이 끝난 뒤 이틀이 지나고 2차전을 불과 하루 앞둔 지난 6일, 강원FC는 뜬금없이 프로연맹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PO 1차전에 무자격선수가 출전했다는 것이 이유다. 대상은 강원FC 소속으로 상주상무에 임대(입대)한 백종환이다. 강원 측은 “2012년 12월10일 강원FC와 상주상무 간 체결된 임대계약서에 의하면 ‘양수 클럽은 임대기간 동안 양도 클럽의 모든 공식경기(K리그 주최·주관)에 해당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다’라고 규정되어 있다”는 주장과 함께 상주상무의 0-3 몰수패를 주장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 제3차 이사회(2013년 3월26일)에서 군팀 선수 임대계약서에 신규 조항(7.출전금지: 양수클럽은 임대기간 동안 양도 클럽의 모든 공식경기(K리그 주최·주관)에 해당선수를 출전시키지 않는다)을 삽입하기로 결정했고 ▲ 이와 함께 다수의 군팀 선수가 전역하는 2013년 9월 전역일 이후에는 군팀의 선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군팀 선수가 원소속팀을 상대로 한 경기에 출전 가능하도록 결정했으며 ▲ 이 결정사항은 2013년에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2014년에 대해서는 재논의하기로 했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강원의 주장을 묵살했다.
이사회 결과를 몰랐다고 해도 큰 문제지만, 알고도 취한 ‘우기기’라는 것이 더 당황스럽다. 프로연맹은 “강원 구단이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 하루 전날인 3일, 백종환의 출전과 관련해 질의를 해옴에 따라 이사회 결정사항을 포함한 관련 규정을 설명하고 출전에 문제가 없음을 답변했다”고 밝혔다. 결국 1차전 경기 전에도 백종환의 출전을 의심했고 그래서 확인했는데 나중에 또 뒷북을 치는 셈이다.
이유야 뻔하다. 1-4 대패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푸라기 혹은 꼬투리라도 잡고 싶다는 마음이 어이없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것 말고는 해석이 어렵다. 아쉬운 일이다. 백종환은 내년 9월 전역 후 강원FC로 돌아올 선수다. 집 떠난 자식을 대하는 친정의 태도치고는 너무 안타깝다. 7일 강릉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강원FC 팬들은 ‘종환아 미안해’라는 플래카드로 구단을 대신해 사과했다. 내년에 백종환을 어찌 볼지 모를 일이다.
어이없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던 강원FC가 또 다시 그릇된 선택을 내리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김용갑 감독이 사퇴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후 K리그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것이 이유인데, 만약 구단이 놓친다면 이것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리그 우승을 차지한 포항스틸러스의 ‘토종축구’의 빛에 가렸으나 김용갑 감독의 강원FC 역시 외국인 선수를 거의 가동하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 그런 와중 거둔 막바지 성적과 경기 내용을 생각하면 꽤 인상적이다. 비록 잔류에는 실패했으나 강원은 ‘비전’을 보았다. 그 내일의 빛을 만든 사람을 내친다면, 연속성을 기대키 힘들다.
2013년만 축구할 것이 아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