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1, 2, 3…99, 100, 악!”
서울 개포동의 한 휘트니스클럽. 보디빌더를 연상시키는 탄탄한 몸매의 사나이가 연신 괴성을 질러댔다. 두산 베어스에서 LG 트윈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외야수 임재철(37)이었다. 비활동 기간이었지만, 임재철은 한창 시즌이었다. 그의 몸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은 전장에 나가는 전사처럼 전투적이기까지 했다. 이 남자, 각오가 장난이 아니었다.
임재철은 지난달 22일 2차 드래프트에서 10년간 뛰었던 두산을 떠났다. 그는 두산에서 은퇴와 코치직 제의를 받았으나 단호하게 거절했다. 아직 현역 선수로서 아쉬움이 컸기 때문. 결국 40인 보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선수로서 경쟁력은 LG가 인정했다. 그를 부른 팀은 한지붕 잠실 라이벌인 LG. 그가 입을 다섯 번째 유니폼이다.
↑ 아직은 LG 트윈스의 유광점퍼가 어색한 임재철. 옆집으로 옮긴 임재철의 활약에 기대감은 넘친다. 사진=한희재 기자 |
임재철은 두산을 떠나기 싫었다. 우리나이 서른여덟. 다른 팀으로 옮긴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러나 두산은 칼바람이 불었다. 고참들이 버티기 힘들었다. 임재철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임재철은 “두산에서 처음 나갈 땐 서운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두산은 좋은 팀이다. 지금 내가 두산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다. 구단에서도 더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내년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두산에서 ‘잘 보냈다’라는 생각을 안 들게 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떠난 두산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2차 드래프트 전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40명 보호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다른 팀으로 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 그는 “10년 동안 잠실에 있었다. 그래서 드래프트 전날 ‘어차피 나를 보내실 거면 LG로 보내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고 털어놨다. 드래프트 당일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던 그는 LG 포수 현재윤의 문자 한 통으로 LG행을 알았다. 삼성 시절 함께 있었던 현재윤은 ‘나랑 또 같이 하네’라며 가장 먼저 환영했다.
임재철은 왜 그토록 LG행을 원했을까. 그는 “플레이오프 때 LG 팬들의 열정이 대단하더라. 또 LG는 명문 팀이다.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김기태 LG 감독과 전화통화도 그를 설레게 했다. 김 감독은 첫 통화에서 “환영합니다. 영광입니다”라고 했고, 임재철은 “아닙니다. 제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첫 인사를 나눴다. 임재철의 첫 느낌은 ‘확실히 다르시구나’였단다.
임재철은 “며칠 간 쭉 생각을 해봤다. 계속 두산에 있었으면 그냥 이렇게 하다가 그만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LG로 팀을 옮기면서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는 큰 목표가 생겼다. LG 외야는 최고의 선수들만 있다. 여기서 살아남아야겠다. 나도 지기 싫다”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 두산에서 나란히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외야수 임재철(왼쪽)과 투수 김선우. 둘이 함께 있어서 든든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임재철은 비활동 기간 휴식을 반납했다. 일찌감치 몸 만들기에 돌입했다. 1월초 LG의 체력 테스트 때문. LG로 옮긴 뒤 첫 관문인 셈. 임재철은 “체력 테스트에서 20바퀴를 뛴다고 하더라. 테스트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다. 그것부터 시작이니까. 내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사실 임재철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9회초 좌익수로 나서 2루 주자 이대형을 잡아내는 홈 송구로 5-4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임재철도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땐 생각대로 됐다. 공이 나한테 올 것이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정확히 왼쪽으로 왔다. 2루 주자가 이대형이었기 때문에 승부를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잘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대형도 KIA로 가서 잘 됐고 잘 됐으면 좋겠다. 여긴 프로다. 나도 여기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재철의 LG 외야 경쟁은 만만치 않다. 그는 “일단 외야 5~6명 안에 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주전도 들고 싶다. 이젠 용병까지 있어서 모두 경쟁 상대다”라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임재철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적응이다. 다행히 얽힌 관계가 많아 적응이 어렵지 않을 전망. 그는 “정현욱 현재윤 손주인은 삼성에서 와서 있고 후배도 많더라. 이상열 신정락 유원상 조윤준도 북일고 후배들이다. 또 코치님들도 조계현 신경식 김민호 강상수 박석진 코치님 등 같이 했던 분들 다 계시더라”며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임재철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함께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투수 김선우다. 임재철과 김선우는 절친한 사이. 매일 전화를 하고 함께 가족 여행을 갈 정도로 가깝다. 임재철은 “선우와 함께 또 오게 돼 정말 큰 위안이 된다. 둘이 잘 해야한다고 했다. LG가 내년 우승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이 아닌 우리를 데려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선우도 지금 자기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존심이 상했다. 이름값을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보여주려고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선우는 타고난 선수이고 난 죽기살기로 하는 선수”라며 웃었다. 이어 “올해 데려온 선수들 중에 가장 잘 데려왔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임재철이 밖에서 본 LG는 자유분방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막상 선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체계적으로 잡힌 위계질서였다. 그는 “선수들이 머리에 염색을 하면 안되고 유니폼 단에 고무줄이 있어야 하는 등 내부적인 규율이 있다고 들었다. 요미우리 생각이 났다. 확실히 LG가 명문 팀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난 그런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 나도 염색을 했는데 머리를 잘라도 남아 있으면 검정색으로 염색을 하고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웃었다. 이어 “선배들이 잘하고 후배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전통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 임재철의 2014시즌은 이미 시작됐다. LG에서 강인한 첫 인상을 남기기 위한 거친 숨소리가 맴돈다. 사진=서민교 기자 |
임재철의 LG 이적 후 머릿속은 도전 정신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LG 유니폼을 입은 것이 야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험을 살려 마지막 야구 인생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겠다고 단언했다. 또 LG 최고령 투수인 류택현보다 더 오래 뛰고 싶다는 다부진 각오도 갖고 있었다.
임재철은 롯데 삼성 한화 두산을 거쳐 LG로 왔다. 그가 갖고 있는 최고의 자부심은 경험과 노력이다. 그는 “난 프로에서 15년 야구를 하면서 주전도 백업도 다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경기 감각이 유지되는지 잘 알고 있다. LG에서 주전을 할지 백업을 할지 2군에 내려갈지 모른다. 그러나 경쟁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살아남았던 것처럼 꼭 살아남겠다”고 밝혔다.
그에게 그라운드는 웃으며 즐길 수 없는 전쟁터였다. 그는 “타고난 선수들은 야구를 즐기면서 한다고 하는데 난 즐기는 게 맞지 않는다. 신인 때부터 그랬다. 난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 1999년 사직야구장에서 ‘여기서 죽는다’는 생각으로 했다. 후배들에게 타고나지 않은 선수도 열심히 노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LG에서도 가장 큰 목표는 우승이다. 이제 내 야구 생명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내 불꽃을 다 태우고 싶다. 그렇게 해도 경쟁이 되지 않는다면 깨끗하게 야구를 그만 두겠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라며 독한 각오를 가슴에 새겼다.
임재철은 내년에 잠실에서 맞붙게 될 두산과의 맞대결도 꿈꾸고 있다. LG로 옮겼지만, 누구보다 애정이 많았던 친정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LG맨이다. 그는 “두산에서 내가 하는 것에 비해 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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