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그냥 두고 보고 있다.”
허재 전주 KCC 감독은 의외로 침착했다. 그러나 말 한 마디 속에는 숨길 수 없는 분노가 있었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참고 있었다. 애런 헤인즈(서울 SK)와 한국농구연맹(KBL)을 향한 강한 메시지였다.
지난 1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 KCC의 경기. 2쿼터 중반 KCC 신인 가드 김민구가 코트에 쓰러져 한 동안 몸을 떨고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며 고통스러워 했다. SK 외국선수 헤인즈와의 갑작스런 충돌 직후였다.
↑ 허재 전주 KCC 감독이 지난 14일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나온 SK 애런 헤인즈와 KCC 김민구의 충돌 장면 직후 화가 단단히 난 표정으로 코트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허재 감독은 김민구의 충돌 장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영상을 수차례 다시 돌려봤다. 결론은 나왔다. 헤인즈의 행동이 고의적이고 악의적이라는 것. 허 감독은 “경기도 중요한 시점이었지만, 이기고 지고 다 떠나서 그렇게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나도 선수 생활을 해봤다. 개인적으로 뭔가 있었기 때문에 아주 의도적으로 한 짓이다. 기회가 오면 한 번 어떻게 해보겠다는 행동이다. 뭐 대단한 선수라고 한국에서 주접을 떨어. 화가 나서…”라고 분노를 참지 못했다.
SK는 이날 경기 이후 헤인즈 사건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KCC측에 공식 사과했다. 문경은 SK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KCC 구단 및 허재 감독, 김민구에게 사과했다. 또 SK는 헤인즈에게 엄중 경고를 하고 개인 면담을 통해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SK는 “앞으로 이런 일 없이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재 감독은 SK의 공식 사과와 별개로 KBL의 판단을 주시하기로 했다. 허 감독은 “사과를 떠나 이번 행동은 심각한 수준이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도, 앞으로 한국 농구를 위해서도 한 번은 꼭 짚어야 할 문제다. 헤인즈의 행동도 그렇지만 3심이 모두 보지 못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라며 “어떤 규정을 적용해 어떤 징계가 나올지 그냥 두고 보고 있다. 만에 하나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허 감독이 생각하는 헤인즈의 징계 수위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허 감독은 구체적으로 헤인즈를 지목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이반 존슨은 욕만 하다가 영구제명을 당했다”고 언급했다. KCC에서 뛰었던 아이반 존슨은 상대 팀과 지도자, 심판 등에 상습적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비신사적 행위의 반복으로 영구제명 조치됐다.
헤인즈의 비신사적인 행위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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