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환갑을 넘은 이차만 감독(63)이 경남FC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나돌았던 ‘노장’ 운운은 쑥 들어가게 됐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선수권 4강 신화로 유명한 박종환 감독(75)이 현장으로 돌아온다.
박종환 감독이 새로운 창단을 선언한 성남 시민구단(가칭)의 초대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공식발표만 나지 않았을 뿐 박종환 감독이 성남의 새로운 감독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신태용 전 감독, 안익수 전 감독 등과 경쟁 양상이던 시민구단 성남의 초대사령탑은 결국 ‘벌떼축구’의 창시자 박종환이었다.
↑ ‘40대 기수론’이 대세인 대한민국 축구계 풍토에 박종환이라는 카드는 분명 순풍보다는 역풍에 가깝다. 이것이 ‘다양화’를 가미시키는 적절한 브레이크인지는 박종환 감독의 역할에 달렸다. 사진= MK스포츠 DB |
지난 9일 통일그룹으로부터의 구단 인수관련 체결식이 끝난 뒤 이재명 성남시장이 “선수단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감독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묘한 뉘앙스를 전달하면서 ‘교체설’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틀 뒤인 11일, 안익수 감독은 프로축구연맹이 마련한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에 합류해 영국으로 떠났다. 오히려 “4명의 후보 중 안익수 감독이 4순위”라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상황은 달라졌고 “다른 후보들이 함께 있으나 사실상 박종환 카드를 위한 형식적인 경쟁”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결국 성남시의 선택은 ‘올드 보이’ 박종환이었다. 성남 시민구단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성남시가 재창단이라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어느 정도 성적도 내면서 경기장이 썰렁하지 않아야한다는 압박을 가지고 지도자 선택에 고민을 했다”면서 “역시 박종환이라는 이름값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도력에 대한 검증을 마친 인물이고,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선임 배경을 전했다.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성남시 입장에서는 ‘네임벨류’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당장 수준급 선수들을 수급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박종환이라는 노련한 지도자를 통해 팀의 무게감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기본적으로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일흔이 넘었다. 오래도록 머물던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물러난 알렉스 퍼거슨(72)보다도 많다. 나이의 많음이 지도력의 반감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자뻘인 다른 팀 감독들을 생각했을 때 갸웃하게 하는 대목이다. 2006년 대구FC 감독 이후 8년간 현장 경험이 없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등 ‘40대 기수론’이 대세인 대한민국 축구계 풍토에 박종환이라는 카드는 분명 순풍보다는 역풍에 가깝다. 이것이 흐름에 뒤처지는 선택인지 아니면 젊음 일색인 최근의 지도자 흐름에 ‘다양화’를 가미시키는 적절한 브레이크인지는 ‘노장’ 박종환 감독의 역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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