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마치 아이돌 그룹이나 한류배우 같은 연예인 느낌이 다분했다. 기존의 축구선수들이 보여주던 이미지와는 딴판이었다. 인산인해를 이룬 팬들 속에서도 그들은 전혀 거리낌 없이 분위기를 즐겼다. 묵직함과 진지함으로 포장되었던 앞선 선배들의 ‘긴장’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방정맞아 보였다. 그 방정맞음이 오히려 듬직한 믿음을 주었다면 왜일까.
세계적인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다섯 명의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1층에 마련된 무대에서 축구팬들과 직접 만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2013년 한국축구의 아이콘이라 불러도 무방할 손흥민(레버쿠젠)과 홍명보호의 핵심 플레이어인 구자철(볼프스부르크)를 비롯해 홍정호, 박종우, 정성룡 등 국가대표 5인방을 만난 축구팬들로서는 값진 성탄 선물을 받은 셈이다.
↑ 수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나 선수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그 무대를 충분히 즐길 줄 아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그들의 오두방정은 믿음직스러웠다. 사진= 김영구 기자 |
구자철은 초소형 카메라로 동영상을 찍으면서 자신들의 등장을 기록했다. 팬들의 모습은 물론 동료들의 표정까지 세세하게 담으면서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손흥민 역시 특유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신나게 손을 흔들며 팬들에게 화답했다.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와 팬들의 시선이 동시에 꽂히는 무대에서도 그들은 즐길 줄 알았다.
과거의 선수들에게서는 찾을 수도, 기대하기도 힘든 모습이었다. 듬직하게 보이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절이다. 말이 좋아 진지함이지, 경직된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 무대 공포증은 마이크를 쥐면 더욱 폭발했다. ‘최선’과 ‘최고’ 등 몇몇 단어들로 구성된 뻔 한 이야기가 나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구자철과 손흥민은 달랐다.
구자철은, 모든 이들이 좋은 조편성이라는 말을 꺼리는 상황에서도 “생중계로 조편성을 보았다. 한 팀씩 조가 만들어질 때, 솔직히 한국이 H조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됐다. 다른 조에 비해서 객관적으로 좋은 조에 들어간 것 아닌가”는 솔직담백한 속내를 꺼냈다. 괜스레 잘못될 것을 대비해 “어떤 팀도 쉽게 생각할 수 없다”는 식의 발뺌은 없었다. 당당했다.
손흥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월드컵에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3승을 한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가볍게 받아친 뒤 “물론 말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한 것만 제대로 펼쳐 보일 수 있다면 러시아나 알제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당당한 말로 16강행을 자신했다. 예전 같으면 “16강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류에서 그쳤을 출사표다.
필드에서든 대중들과 함께하는 무대에서든 전혀 긴장하지 않는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는 시대가 됐다. 큰 변화이고 엄청난 발전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꺼내지도 못한 채 몸이 굳어 그르쳤던 경기들이 수두룩하다. 큰 무대의 가장 큰 적은 긴장이라는 평범한 충고를 생각했을 때도 이들의 ‘담대한 깨방정’은 믿음직스럽다.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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