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2년, 국내 프로야구는 박병호(넥센)의 시대를 열었다. 박병호는 2년 연속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고 최고의 야구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년 연속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는데 그 힘은 압도적이었다. 유효표 98표 가운데 84표를 획득했다.
이제 28세가 된 박병호는 한창 전성기다. 2012년보다 2013년 더 ‘위협적인’ 강타자였다. 박병호의 시대가 최소 5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타자들 가운데 박병호와 어깨를 견줄만한 선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현역 MVP 출신 가운데 이승엽(삼성)과 김상현(KIA)은 이제 힘이 약해졌고, 이대호(소프트뱅크)는 한국에 없다. 윤석민(KIA)도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며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김광현(SK)은 아직 완벽히 제 모습을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박병호의 시대가 깨질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박병호의 부상 우려 혹은 부진 때문이 아니라 만만치 않은 경쟁자의 등장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박병호는 국내 타자들하고만 싸웠다. 각 구단들이 외국인투수 선호로 그와 경쟁할 외국인타자는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 루크 스캇은 2014년부터 뛸 외국인타자 가운데 가장 이름값이 높다. 스캇 외에도 능력이 출중한 이방인들이 한국땅을 밟는다. 박병호(사진)로선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들을 만났다. 사진=MK스포츠 DB |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구단들은 공격적인 야구로 흥행에 불을 붙이기 위해 외국인선수 쿼터를 늘렸다. 그와 함께 의무적으로 외국인타자를 최소 1명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프로야구 수준을 끌어올릴 외국인타자 영입에 열을 올렸고, LG를 제외한 8개 구단이 ‘대어’를 낚았다.
올해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었던 루크 스캇(SK)을 비롯해 브렛 필(KIA),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호르헤 칸투(두산), 펠릭스 피에(한화), 에릭 테임즈(NC), 비니 로티노(넥센)가 한국행을 택했다. 야마이코 나바로도 미국 언론을 통해 삼성과 계약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하나같이 명성이 드높은 선수들이다. 스캇은 올해 탐파베이 소속으로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리 9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로 36세이긴 하나, 경험이 풍부하고 메이저리그 통산 135홈런을 올린 강타자다.
칸투 역시 2007년과 2008년 28홈런과 31홈런을 날린 거포다. 메이저리그 통산 세 자릿수 홈런(104)을 때렸다. 피에, 필, 테임즈 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 받았다. 다들 한 가닥 했거나 할 줄 아는 이들이다.
때문에 이들을 향한 구단과 팬의 기대는 저마다 크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영입한 만큼, 그 본디 실력만 발휘해줘도 ‘본전’이다.
MVP는 이방인에게 참 머나먼 이야기였다.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타이론 우즈(1998년)와 다니엘 리오스(2007년), 2명 만이 MVP를 수상했다. 외국인타자로 범위를 좁히면 우즈 이후 명맥이 끊겼다. 그 맥을 이어갈 후보가 즐비하다.
변수는 홈런왕 타이틀이다. 1998년 이래 타자 MVP를 차지한 경우, 한 번의 예외도 없이 홈런왕(우즈, 이승엽, 박경완, 김상현, 이대호, 박병호)이 수상했다. 홈런왕을 거머쥐면 적어도 MVP가 거의 손에 들어오는 셈이다.
박병호는 2년간 31홈런, 37홈런을 기록했다. 국내 무대와 레벨이 비슷하다는 평을 받
박병호의 시대는 2년 만에 다시 문을 닫을까. 아니면 무수한 도전을 뚫고 이어나갈까. 2014년은 박병호의 시대에 있어 매우 중대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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