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대한민국 축구사에서 홍명보 감독만큼 월드컵과 인연이 깊은 사람은 없다. 스스로 “월드컵을 제외하고 내 인생을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대표팀에 발탁된 지 6개월에 불과하던 앳된 대학생 홍명보는 이탈리아월드컵을 나갔고, 은퇴를 앞둔 마지막 무렵에도 2002월드컵을 뛰었다. 시작부터 끝이 월드컵과 연결돼 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시작으로 1994년 미국월드컵과 1998년 프랑스월드컵 그리고 대미를 장식했던 2002년 월드컵까지, 대한민국 대표팀 수비라인의 기둥은 늘 홍명보였다. 새내기였을 때도 노장이었을 때도 그는 늘 중심이었다.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을 밟는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영광인 동시에 치열한 자기관리가 있었다는 명예훈장이다.
↑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자문을 구했다. 홍명보 감독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월드컵을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사진= MK스포츠 DB |
선수로서 4회 연속 본선을 밟은 홍명보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아드보카트 사단의 코치로서 5번 내리 월드컵과 조우했다. 감독이 되어서 FIFA U-20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그리고 올림픽을 소화한 것까지, 축구관련 메이저대회들은 모두 경험했다. 따라서 긴장되는 큰 무대를 앞두고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선배’이다.
감독이 아닌 선배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구했다. 불과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한 자문이었다. 너무 의욕에 넘치면 부상의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부상이 두려워 대충 뛸 수도 없는 일이다. 홍명보 감독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월드컵을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홍명보 감독은 “역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부상이다.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사실이고, 따라서 부상을 염두한 플랜 B도 세워놓아야한다”는 말로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강조한 것은 ‘평정심’이다.
홍 감독은 “지금은 월드컵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한다. 그저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야한다. 월드컵을 나가기 위해 대표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겠지만, 결국 선택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보고 하는 것”이라면서 “너무 월드컵만 생각한다면 몸이 경직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평소 소속팀에서 뛰던 대로 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홍명보 감독은 “1990년 월드컵을 앞두고 난 대학생이었다. 월드컵에 간다는 확신도 없었으며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다른 선배들은 모두 프로에서 뛰고 있었으나 난 대학리그에서 뛰었다. 그냥 거기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다보니 기회가 왔다”는 설명을 전했다. 앞서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보고 뽑는 것’이라던 말과 맞물려 결국 자신의 위치에 충실
끝으로 홍명보 감독은 “유럽이든 한국이든 일본이든, 어떤 리그에 있든지 그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한다. 아무리 좋은 선수도 나서지 못하면 소용없다. 따라서, 지금은 소속팀에 집중하는 것이 곧 대표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감독이 아닌, 산전수전 다 겪은 선배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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