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은퇴를 앞둔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경이로운 연기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현역 선수 생활 마감을 앞두고도 절대적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이유. 은반 위에서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김연아의 치명적인 매력 때문이다.
김연아는 국내 고별 무대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4일 경기도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피겨종합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 나서 무결점 연기로 역대 최고점인 80.60점을 받았다. 비공인 세계신기록.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자신이 세운 78.50점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점검에 나선 "피겨 여왕" 김연아가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애잔한 표정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이번 종합선수권은 김연아로서는 부담이 큰 대회였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가진 최종 리허설 성격이 강했고, 국내 팬들 앞에서 서는 현역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이기도 했다. 경기력을 끌어올려 완벽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압박감이 김연아를 괴롭힐 수밖에 없었다.
김연아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직 김연아만 바라보는 국내 팬들은 물론 피겨 관계자, 취재진, 동료 선수들의 시선은 ‘강심장’ 김연아마저 떨게 하기 충분했다. 쇼트 프로그램에 앞서 가진 리허설에서 점프 실수를 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표정도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를 맴돌던 긴장감은 실전 경기서 은반 위로 미끄러져 나가기 전까지였다. 김연아는 올림픽 시즌 쇼트 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에 맞춰 올 클린 연기를 펼쳤다. 점프와 스핀, 스텝, 풍부한 감정 연기 등 결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김연아는 긴장됐던 연기가 끝나는 순간에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역대 최고 기록인 80점을 넘기자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실수 없었던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했다.
↑ 쇼트 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무결점 연기로 마친 김연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숨을 고르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김연아는 쇼트 프로그램을 마친 뒤 긴장됐던 심정을 털어놨다. 김연아는 “워밍업에서 점프가 불안했다. 그냥 믿고 맡기자 생각했다. 연습과 똑같이 하려고 했는데 차분하게 끝까지 잘 이어간 것 같다. 실수가 없어 다행이다”라며 “점프 실수가 나와서 긴장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점프가 불안하면 심적으로 떨고 나올 수 있다. 다 잊어버리고 연습대로 하자고 생각해 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연아의 머릿속에는 지우개라도 있는 것일까. 자신을 믿고 연습한대로 음악과 스케이트 두 날에 몸을 맡길 수 있는 힘. 김연아가 가진 치명적 매력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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