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완주) 임성일 기자] 동네 형동생 같은 모습으로 나란히 앉은 김남일과 이동국은, 과연 이들이 대한민국 축구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선수들일까 싶을 정도로 편안한 모습이었다. 김남일은 “상상은 많이 했지만 정말 동국이와 한 팀에서 뛰는 날이 있을까 싶었다”며 웃었고, 이동국은 “난 분명 형과 함께 뛸 날이 있을 것이라 봤다. 장바구니에 ‘김남일’을 넣고 언제 꺼낼까 생각했다”며 장난을 쳤다.
허물없는 농이 오고갈 정도로 김남일과 이동국은 가까운 선후배 사이다. 팬들에게는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카리스마 진공청소기이고 포효하는 라이언킹이지만 둘 사이는 여전히 형동생이다. 그런 형동생이 드디어 뭉쳤다. 이제 K리그 팬들은 2014년부터 김남일과 이동국이 한 클럽에서 뛰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이 의기투합한 곳은 전북현대. 전북이 동계훈련을 위해 브라질로 떠나는 8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두 남자를 만났다.
↑ 팬들에게는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카리스마 진공청소기이고 포효하는 라이언킹이지만 둘 사이는 그저 형동생이다. 그런 형동생이 드디어 뭉쳤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이동국은 김남일의 전북행을 누구보다 반겼다.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재계약이 무산되고 전북행이 급물살을 탔을 때 이동국은 “숙소에 방 배정 끝났으니 내려오기만 해라”라고 김남일에게 말했고 김남일은 “복잡한 심경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싶어 일찍(5일) 전주로 내려왔다. 동국이도 보고 싶었고...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방은 없더라”라고 웃었다.
잠잠했던 겨울 이적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김남일의 전북행 결정과 함께 이제 두 선수는 나란히 ‘녹색’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동국은 “(최강희)감독님도 말씀을 하셨지만 남일이 형은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 인천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남일이 형이 중심을 잘 잡아주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선배의 합류를 환영했다.
반가움은 김남일이 더 크다. 그는 “정말로 기대되고 설레고 흥분된다.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다”라는 말로 전북에 입단한 소감을 대신했다. 이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전북에 왔다”는 표현을 썼다. 내려놓음의 속뜻은, 오직 ‘지금’과 ‘전북’만 생각하겠다는 의지다.
김남일은 “만약 인천에 계속 있었다면 은퇴도 생각하고 이후에 코치, 나아가 감독의 길도 머릿속으로 그렸을 것이다. 하지만 전북으로 오는 순간 그런 미래는 다 지웠다. 이제 K리그의 우승과 ACL 우승을 위해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의 가슴이 다시 젊은 혈기로 끓고 있다는 방증이다. 든든한 후배 이동국이 있어 더 의욕적이다.
김남일은 이동국을 가리켜 “동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친구 아니면 선배 같다”는 말을 전했다. 소싯적에 봤을 때, 고등학생 때부터 스타였던 옛 기억 탓도 있겠으나 김남일은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말로서 듬직함을 표현했다.
이에 이동국은 “내가 더 든든해졌다. 나는 아무래도 공격수이기 때문에 앞을 많이 볼 수밖에 없다. 이제 남일이 형이 뒤에서 리더 역할을 하면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팀이 또 달라질 것이다. 지금껏 후배들이 그 자리에서 나름 열심히 했으나, 자기 할 것에 급급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남일이 형이 들어오면 확실하게 조율이 될 것”이라는 말로 추켜세웠다.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이들의 시너지, 분명 기대되는 대목이다.
↑ 마음 속 ‘장바구니’에 담고 언젠가 한번 함께 뛰고 싶던 바람이 현실이 된 지금, 두 선수는 더 없이 든든하다. 사진= MK스포츠 DB |
원래도 전북은 강했으나 2014년의 전북은 다른 팀들에게 경계 대상 1호다. 김남일 뿐만 아니라 이승렬 김인성(이상 성남) 한교원(인천) 최보경(울산) 등 굵직한 인물들이 가세했다. 얼어붙은 경기 속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소극적인 영입전을 펼치고 있는 와중, 전북의 행보는 꽤나 공격적이다. 그만큼 정상탈환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이동국은 “지난 시즌 포항의 더블은 더블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ACL 우승과 묶인 것이 아니라 무게감이 덜하다는 손사래였다. 성과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것이다. 이동국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3위를 했으나, 이제 전북은 3위를 해도 욕을 먹는 팀이 됐다. 비겨도 진 느낌이다. 그만큼 강호가 됐다는 뜻”이라며 “올해는 진짜 전북의 색깔을 되찾을 것이다. 홈에서 절대 패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그러면 자연히 우승하지 않겠는가”라면서 선배 ‘전북맨’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김남일은 “이런 것이 내가 부러운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김남일은 “동국이는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어려서부터 최고의 위치에서 지냈던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런 모습이 부럽다. 팀 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니 난 아직 프로에서 우승을 한 적이 없다. 이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북에 왔다”면서 각오를 되새겼다.
공히, 믿음직한 파트너가 생겼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나무처럼 보였다. 숫자에 불과한 나이 때문에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가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필드에서 누구보다 젊은 퍼포먼스로 말을 대신하고 있다. 거리낌 없이 당당하나, 사실 외로운 길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마음 속 ‘장바구니’에 담고 언젠가 한번 함께 뛰고 싶던 바람이 현실이 된 지금, 두 선수는 더 없이 든든하다. 동반자다.
브라질 장도에 오르기 앞서 선수단 전체가 파이팅을 외치던 무리 속에 김남일과 이동국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꽤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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