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캘리포니아 LA) 김재호 특파원] 잊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역사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2014년 메이저리그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이 질문에 답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9일(한국시간) MLB네트워크를 통해 2014년 명예의 전당 입회 대상자를 선정, 발표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에 10년 이상 가입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그렉 매덕스, 톰 글래빈, 프랭크 토마스가 75% 득표를 넘으며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이번 명예의 전당 입후보자들은 대부분 이른바 ‘약물의 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사이에 현역으로 활동한 선수들이었다. 그만큼 논란도 뜨거웠다. 약물의 시대를 수놓았던 선수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를 놓고 말이 오갔다.
↑ MLB닷컴의 LA다저스 전담 기자인 켄 거닉은 약물의 시대에 뛴 선수 모두에 대한 명예의 전당 투표를 거부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명예의 전당은 단순히 성적이 좋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선수의 경기 외적인 부분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약물 복용도 그 중 한 요소다. 그러나 ‘약물의 시대’ 자체를 부정한 그의 선언은 미국 야구기자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의 기자로서 경력과 선택은 존중하지만, 메이저리그 역사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대를 통째로 무시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시대 분위기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SPN의 버스터 올니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결론은 전후사정을 봐야한다는 것’이라며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세 칸세코가 1988년 월드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TV인터뷰에서 스테로이드 복용에 관련된 질문을 받
약물의 시대는 메이저리그에 치욕적인 역사지만, 그렇다고 그 시대를 수놓은 선수들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그렇게 메이저리그와 미국 야구기자계는 ‘약물의 시대’ 그림자를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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