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푸근한 이미지의 봉동이장과 카리스마 넘치는 승부사 강희대제라는 수식어에 가려져 있으나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는 ‘재활공장장’이라는 애칭도 있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되던 선수들 혹은 부상이나 슬럼프가 길어져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던 이들이 최강희 감독의 손을 탄 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붙은 훈장이다.
지난 2009년 영입한 이동국과 김상식이 대표적이다. 소위 ‘한물 지났다’라는 혹평과 함께 미심쩍은 눈초리가 따랐으나 두 선수는 ‘회춘모드’를 발동하면서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들은 2년 뒤인 2011년에도 전북 우승의 주역이었다. 그래서 나온 말이 재활 공장의 공장장인 최강희다.
한동안 봉동이장과 강희대제에 밀려(?)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재활공장장 이미지가 2014년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조짐이 보인다. 시즌을 앞두고 새로 영입한 이들 중 재활공장을 거친 뒤 달라질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이들이 여럿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전과는 달리 대상자의 연령이 낮아졌다.
↑ 월드컵까지 출전했던 신인왕 출신과 유럽의 명문클럽의 테스트를 통과했던 준족, 그리고 겁 없이 성장하던 미친 왼발까지 최강희 공장장이 운영하는 공장으로 들어왔다. 사진= MK스포츠 DB |
영입한 리스트를 훑어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김남일과 최보경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드리블 능력을 갖춘 저돌적인 스타일의 공격수다. 측면에서 가치가 더 빛나는 날개 유형이다. 스피드와 발재간은 기본적으로 뒷받침 되어야한다. 지난해 인천의 측면을 책임졌던 한교원을 비롯해 100m를 11초 초반에 끊어내는 김인성 등 대부분이 그렇다.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 ‘재활’이 필요한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이동국이나 김상식의 경우처럼 ‘회춘모드’ 대상자는 아니다. 여전히 젊다. 심지어 어리다는 표현도 가능할 정도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37살 베테랑 김남일이 가세했으나 지난 2년 인천에서의 플레이를 본다면 그는 재활대상이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손길이 필요한 이들은 후배들이다.
이승렬이 대표적이다. 2008년 K리그 신인왕 출신이다. 2010년에는 남아공월드컵 본선 엔트리에도 합류했던 슈퍼 루키였다. 과감하고 정확한 돌파와 슈팅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시나브로 시야에서 벗어났다. 2012년 서울을 떠나 감바 오사카로 이적했던 이승렬은 이후 울산-감바-성남 등으로 보따리만 자주 옮겨 풀었다. 이제 겨우 25살인 이승렬로서는 아쉬운 내리막길이었다. 따라서 최강희 감독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승렬은 “최강희 감독님께서 부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 그 말씀을 믿고 이적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전북이 나의 마지막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왔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인성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2012년 초 러시아의 빅클럽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출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1년 만에 방출된 뒤 지난해 성남에서 재기를 도모했으나 그리 인상적인 결과를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달리 보고 있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김인성에게서 과거 최태욱의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는 최강희 감독의 말을 전했다. 이상협 역시 기대되는 대상자다.
2006년 FC서울을 통해 프로에 입문한 이상협은 소위 ‘미친 왼발’이라는 닉네임과 함께 임팩트 있는 왼발슈팅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 선수다. 하지만 그 인상이 꾸준한 활약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9년까지 서울에서 뛰던 이상협은 2010년 제주로 이적했고 2011년 시즌 중반 다시 제주에서 대전으로 팀을 옮기면서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2012년 군입대로 더더욱 관심은 멀어졌다.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절치부심할 수 있는 홀가분한 판이었다.
↑ 이승렬과 김인성은 모두 1989년생이다. 이상협(사진)도 불과 29살이다. 나이가 젊기에, 공정을 거쳐서 다시 태어날 모습이 더더욱 기대된다. 사진= MK스포츠 DB |
흥미로운 만남이다. 월드컵까지 출전했던 신인왕 출신과 유럽의 명문클럽의 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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