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왜 하필이면 이때…위기의 부채질인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20여일 앞둔 한국 쇼트트랙에 ‘성추행 파문’ 악재가 겹쳤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파벌싸움 논란을 딛고 세계 최강의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는 위기의 쇼트트랙에 날아든 충격적인 비보다.
한국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코치의 여제자 성추행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소치올림픽 대표팀 코치인 A씨는 한체대 코치를 맡았던 지난 2012년 제자인 여자선수를 자신의 오피스텔로 유인해 성추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코치의 스승이자 현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위임원을 역임하고 있는 한체대 교수 B씨는 당시 이 사건을 알고도 무마시키는 등 비호 의혹까지 받고 있다.
↑ 세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쇼트트랙이 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대표팀 코치 성추행 파문이라는 충격적인 악재를 만났다. 사진=MK스포츠 DB |
빙상연맹은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해당 코치를 즉각 직무정지시키고 태릉선수촌에서 퇴촌시켰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악재가 또 생겨 안타깝다. 정확한 날짜는 잡히지 않았으나 조속한 시일 내에 상벌위원회를 열고 진상 조사를 벌일 것”이라며 “일단 공석이 된 대표팀 코치 추가 발탁과 관련해서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국 쇼트트랙에서 추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가 여중생 제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는 파문이 있었고,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파벌싸움은 대표선발전 나눠먹기 운영의 짬짜미 논란 등 확실한 뿌리를 뽑지 못한 채 끊임없는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던 안현수는 한국을 떠나 러시아로 귀화해 ‘빅토르 안’이란 새 이름으로 고국과 경쟁하는 웃지못할 사태까지 번지며 끝을 봤다.
남녀 쇼트트랙은 위기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대회 성적에서 잇따라 노골드 수모를 당하는 등 심각한 정체기에 빠졌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심석희의 다관왕 가능성과 남자 쇼트트랙 신다운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실추된 명예 회복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집중력을 극대화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충격적인 코치 성추행 파문은 대회를 눈앞에 둔 선수단의
당장 코치 한 명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훈련을 이어가야 할 쇼트트랙 대표팀. 올림픽을 앞두고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딛혔다. ’메달밭’이라는 부담감도 모잘라 또 내부의 적과 싸워야 하는 쇼트트랙의 변하지 않는 현주소다. 추잡한 어른들의 작태에 죄 없는 선수들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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