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세영 기자]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선덜랜드는 부진을 면치 못했었다. 심지어 지난 시즌 최악의 성적(4승13무21패·승점25)으로 강등된 퀸즈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와 비교되면서 이른바 ‘평행이론’이 제기됐었다. 그럴 만도하다. 시즌 초반 8경기에서 1무7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둔 뒤 겨우 1승을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후반기에 돌입한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선덜랜드에 대한 평가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비록 현재 19위로 여전히 강등권이지만 선덜랜드의 최근 행보는 확실히 무기력했던 QPR과는 달랐다. 경기력도 그렇고, 선수들의 의지 또한 달라 보인다. 현지 언론들은 전반기 ‘꼴찌’인 선덜랜드의 강등을 전망했지만, 그러한 분석이 터지기 무섭게 선덜랜드는 보란 듯이 승점을 쌓고 있다.
↑ 선덜랜드는 무기력했던 QPR과는 달랐다. 리그 준방부터 차분히 승점을 쌓아 잔류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TOPIC/ Splash News |
▲QPR vs 선덜랜드, 전반기 성적비교
지난 시즌 QPR은 전반기 19경기 동안 1승(7무11패·승점10)에 불과했다. 이후 겨울 이적시장에서 대대적인 선수영입으로 정신을 가다듬어 봐도 후반기 3승6무10패(승점15)였다. 최종 합계는 4승13무21패. 시즌 동안 연승은 단 한 번. 2연승뿐이고, 연패는 2연패와 3연패를 각각 3번씩하면서 시즌을 채웠다. 반면 선덜랜드는 전반기 동안 3승5무11패(승점14)의 리그 성적을 거둬 QPR보다 조금 앞섰다. 리그 연승 기록은 없지만 컵대회를 포함한다면 2연승과 3연승을 각각 기록했다. 최근 들어서는 좀처럼 패하지 않는다. 12월 15일(웨스트햄 0-0)부터 펼쳐진 9경기 이후 5승3무1패, 단 1패만을 기록 중이다. 그중 리그 컵에서는 첼시와 맨유를 모두 2-1로 격파했다.
▲FA컵·리그컵 대회 성적
QPR과 선덜랜드는 FA컵과 캐피털 원 컵(이하 리그컵) 성적에서 가장 많은 차이를 보였다. QPR은 이들 대회에서 모두 조기 탈락하며 쓴잔을 마셨다. 지난 2012년 9월 QPR은 레딩에 2-3으로 역전패하며 리그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어 지난해 1월에는 FA컵 32강전에서 3부리그 팀인 MK돈스에게 2-4로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그러나 선덜랜드는 이들 대회에서 현재까지 순항중이다. 강등권에 놓인 순위를 생각한다면 이들 경기는 오히려 체력적인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우려와 다르게 연승행진을 리그까지 이어가고 있다. 선덜랜드는 지난 8일 맨유를 홈에서 꺾으며, 결승행에 한 발 다가섰다. 또한 현재 FA컵 32강에 진출해 키더민스터와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
↑ QPR은 해리 레드냅 감독으로 바뀐 이후에도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사진제공=TOPIC/ Splash News |
▲감독 바뀐 후 어땠나?
QPR 구단주는 당시 마크 휴즈 감독에게 약 3개월의 시간을 줬었지만, 승리한번 따내지 못했다. 해리 레드냅 감독 체제 이후에도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는 팀의 극적인 변화를 주는 데 실패했다. QPR은 레드냅 감독 부임이후 한 달 동안 승리가 없다가 리그 17경기 만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반면 선덜랜드는 발 빠르게 감독교체를 했고,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 포옛 감독으로 바뀐 뒤부터 첫 승을 거두더니 조금씩 승점을 추가하고 있다. 리그컵과 FA컵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적시장 선수영입 행보
시즌 전 ‘폭풍’영입을 한 QPR이다. 1부리그 2년차를 맞이하면서 여름엔 조세 보싱와, 에스테반 그라네로, 데이비드 호일렛, 스테판 음비아, 박지성, 줄리우 세자르, 파비우(임대)등을 대거 영입해 주목받았다. 겨울 이적시장도 마찬가지다. 꼴찌 탈출을 위해 저메인 제나스, 로익 레미, 크리스토퍼 삼바, 윤석영, 안드로스 타운센드(임대)등을 데리고 왔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니 배는 산으로 갔다. 결국 조직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강등을 면치 못했다. 선덜랜드 역시 여름에는 대거 선수수집에 나섰다. 조지 알티도어, 에마누엘레 지아케리니, 모디보 디아키테, 안드레아 도세나, 카브랄, 기성용(임대), 파비오 보리니(임대) 등을 영입했으나 뿌린 만큼 거두진 못했다. 겨울 이적시장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까지 선덜랜드는 수비수 마르코스 알론소를 임대영입하고 지동원을 도르트문트(아우크스부르크 6개월 임대)로 떠나보냈다.
↑ 아델 타랍은 뛰어난 기술로 팀내에서 득점을 이끌었지만, 이기적인 플레이로 조직력을 붕괴시키기도했다. 사진제공=TOPIC/ Splash News |
▲‘차이’를 만든 기성용, 타랍과는 달랐다.
상승세 팀에는 다른 팀들과는 무언가 다른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팀 분위기와 경기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몇몇 선수들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기성용은 그 중 한 명이 분명하다. 선덜랜드는 미드필더부터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득점의 부재와 수비의 불안은 모두 안정감 있는 미드필더로 보완했다. 기성용과 리 캐터몰의 완벽한 역할분담은 그래서 더욱 돋보였다. 특히 기성용은 올 시즌 선덜랜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부각됐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교체와 선발을 오가며 불안한 행보를 보였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국엔 포옛 감독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이르렀다.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수비까지 모두 소화해내며 팀에 헌신했다. 탁월한 멀티플레이어로서의 기질을 발휘한 기성용 덕분에 선덜랜드는 잔류의 희망을 갖게 됐다. 그러나 지난 시즌 QPR에는 구심점이 없었다. 제각각이었다. 저마다 개인 기량은 출중할지 몰라도 팀으로 하나 되지 못했다. 원인으로는 아델 타랍과 같은 이기적인 플레이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선덜랜드 잔류가능성은?
현재 하위권 팀들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15위 노리치시티(승점20)부터 20위 크리스탈 팰리스(승점17)까지 한 경기 이내로 승점차를 벌리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하위권 팀들은 시즌 막판까지 살얼음판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덜랜드에게 불안요소가 있다면 후반기부터 선두권 팀들과의 어웨이 경기가 많다는 점이다. 선덜랜드는 향후 아스날, 맨체스터시티,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토트넘과 같은 강팀들과의 원정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선덜랜드는 이들 경기에서 얼마나 승점을 챙기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선덜랜드는 FA컵 64강전과 리그컵 4강전, 리그 21라운드까지 내리 3연승을 달리고 있다. 상승세의 선덜랜드는 18일 오후 9시 45분(한국시간) 사우스햄튼과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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