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조별예선을 통과하면서 몸이 풀린 이광종호가 4강 진출에 성공한 AFC U-22 챔피언십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선수들의 팔에 낯선 패치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왼팔에 붙은 둥근 패치에는 ‘60’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아시아 축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그리고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떨치기 위한 AFC(아시아축구연맹)의 작고도 큰 노력이다. 불필요한 지연시간을 줄이고 실제 경기시간(APT·Actual Playing Time)을 늘리기 위해 꺼내든 채찍이다. 이름 하여 ‘60minutes. Don’t Delay. Play!’ 캠페인이다.
↑ AFC가 ‘60minutes. Don"t Delay. Pla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불필요한 지연시간을 줄이고 실제 경기시간을 늘리기 위해 꺼내든 채찍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
AFC는 지난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당시 평균 APT가 53.25분이었다고 발표했다. 가장 APT가 길었던 경기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전으로 64.08분이었으나 가장 낮았던 시간은 39.54분(카타르vs쿠웨이트)에 그쳤다. 심각한 수준이다. 90분간의 축구를 보러온 팬들이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조차 즐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더 와 닿는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평균 실제 경기시간은 68.28분이었다. 아시안컵과 비교해 무려 15분가량이나 APT가 길었다는 뜻이다. 또한 프리미어리그의 63.29분, 프리메라리가 61.48분, 분데스리가 61.22분, 세리에A 65.15분(이상 2011-12시즌 기준)과도 평균 11.50분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연시키지 말고 플레이하자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경기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불필요한 파울과 판정에 대한 지나친 항의, 꾀병이 포함된 부상 등이다. 특히 ‘침대축구’로 대변되는 아시아권 팀들의 지저분한 비매너는 ‘60분’을 방해하는 가장 꼴불견스러운 요소다. 선수들의 자세 역시 ‘수준’에 포함된 범주다. 아시안컵에서 가장 APT가 길었던 경기가 월드컵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아시아 축구의 현주소를 가리켜 주는 방증이다.
따라서 AFC가 U-22 챔피언십부터 실행하고 있는 ‘60분 캠페인’은 꽤 의미 있는 노력이다. 반갑게도 실제 효과도 나오고 있다. 조별리그 24경기를 조사한 결과 평균 APT가 54분36초로 나왔다. 평균은 크게 오르지 않았으나 경기가 거듭될수록 효과가 발휘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6일 열린 D조 예선 중국과 이라크전의 APT는 무려 6
AFC는 이 캠페인을 내년 2015아시안컵까지 전개할 방침이다. ‘침대축구’나 ‘비매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아시아 축구연맹의 의미 있는 노력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미를 알고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꼴불견은 빨리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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