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캘리포니아 LA)김재호 특파원] 이들에게 더 이상 ‘다음 기회’는 없다. 22인의 대표팀 선수 중 최고령인 염기훈(31)과 이호(30), 두 선수는 인생에서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될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염기훈과 이호는 지난 26일(한국시간) LA 콜리세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A매치에서 나란히 벤치를 지켰다. 염기훈은 김민우 고요한에게, 이호는 박종우 이명주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다. 이들은 다른 후보 선수들과 함께 골대 뒤에서 몸을 풀었지만, 끝내 기회는 오지 않았다.
이들이 브라질로 가는 길은 좁기만 하다. 현재 소집된 대표팀에서도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고, 범위를 넓히면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 지금 현재로선 월드컵 최종 명단 23인 안에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염기훈이 장대 사이로 빠져나가는 훈련을 하는 이호를 바라보며 흐뭇해 하고 있다. 사진(美 캘리포니아 LA)= 조미예 특파원 |
둘의 각오는 진지하다 못해 비장했다. 염기훈은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마음을 다시 먹게 된다”고 밝혔다. 이호도 “월드컵 전초전으로서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각오는 남달랐지만, 이들은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염기훈은 “후배들과의 경쟁이 재밌다. 처음 홍명보 감독 아래 들어왔을 때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웠는데, 이제는 시스템이 이해된다. 먼저 가서 장난을 걸기도 한다”며 팀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나 대표팀이 생소했던 이호는 “동생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옷차림, 식사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챙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첫인상을 전했
경쟁에 임하는 자세는 두 선수가 사뭇 달랐다. 염기훈은 “내가 가진 장점인 슈팅과 크로스를 내세우는 수밖에 없다. 더 집중하게 된다”며 장점을 극대화 하겠다고 했고, 이호는 “장점은 중요하지 않다. 틀 안에서 팀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자신보다 팀을 살리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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