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과 최강희의 ‘AGAIN 2009’, 판은 깔렸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AGAIN 2009!’
최강희 감독과 전북현대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201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과감한 투자, 의욕적인 영입의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2011년 이후 2년째 들러리에 그쳤던 정규리그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다.
실상 들러리라는 표현은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으로 떠났던 2012년, 전북은 2위에 올랐고 시즌 중간에 돌아와 어수선했던 지난해에도 3위를 차지했다. 여느 팀 같았으면 성공적인 시즌이라 말할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대상이 전북이기에 마치 실패의 연속이란 시선을 받았다. 이동국은 “이제 전북은 3위를 해도 욕을 먹는 팀이 됐다. 그만큼 강팀이 됐다는 방증”이라는 말로 넋두리가 아닌 극복해야할 일이라는 뜻을 전했다.

↑ 2014시즌을 앞두고 있는 전북의 모습이 꼭 2009년을 떠오르게 한다. 사진= MK스포츠 DB

이동국의 말처럼 전북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훌쩍 커버렸다. 선수들 스스로의 자부심도 업그레이드됐다. 이러한 전북의 오늘날의 출발은 지난 2009년이다. 2005년 FA컵 우승, 2006년 ACL 우승 등 전리품과 함께 내공을 쌓아가던 전북은 2009년, 드디어 클럽 역사상 최초의 K리그 정상 등극에 성공한다. 그 발판은 과감한 영입이었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우승을 위해 필요한 선수들을 점찍고 불러들였는데 그 인물들이 바로 이동국 김상식 에닝요 등이다. 젊은 선수들로 전체적인 스쿼드의 물갈이를 진행하는 와중 우승을 위해 필요한 퍼즐 맞추기에도 큰 공을 들였다. 소위 한물 갔다는 평가를 받던 이동국과 김상식은 커리어 최고의 활약으로 최강희 감독의 뜻에 부응했고, 대구FC에서 비범한 모습을 보이던 에닝요는 전북에 날개를 달아주면서 이후 ‘녹색 독수리’라는 애칭을 받았다.
2014시즌을 앞두고 있는 전북의 모습이 꼭 2009년을 떠오르게 한다. 잠잠했던 겨울 이적시장에서 전북은 잇따라 영입 소식을 알렸다. 데려오는 선수들의 네임벨류가 제법이었다. 대어라 부를 수는 없어도 준척급 이상이었다.
지난 5일 인천의 측면 공격수 한교원과 울산의 수비형MF 최보경을 데려온 것을 시작으로 2008년 K리그 신인왕 출신인 이승렬과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해 화제를 모았던 김인성(이상 성남)도 불러들였다. 서상민과 송제헌 등 군입대자의 공백을 감안하더라도 플러스 요인들이 상당하다.
김남일 영입은 예상키 힘든 한 수였다. 인천과의 재계약이 난항을 겪자 최강희 감독이 직접 구단에 제안, 베테랑 조타수를 합류시켰다. 최강희 감독은 “단순히 스쿼드를 살찌우거나 젊게 리빌딩하는 것은 마음먹고 진행하면 6개월~1년이면 가능하다. 하지만 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김남일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말로 정상을 위한 ‘퍼즐’이라는 뜻을 전했다. 마치 2009년 이동국과 김상식을 영입할 때의 느낌이다.
유망주 김현을 제주에 넘기면서 오는 4월 제대하는 ‘미친 왼발’ 이상협까지 ‘예약’한 전북은 마지막 과정으로 외국인 선수들 영입까지 완료했다. 케빈을 중국으로 보내면서 브라질 출신의 두 공격수 마르코스 아우렐리오 데 올리베이라 리마와 카이오 펠리페 곤칼베스를 영입해 공격력을 강화 했다.
마르코스는 167cm의 단신이지만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갖췄고 187cm의 장신 공격수인 카이오는 최전방을 비롯해 포지션에 상관없이 공격진 전역을 활발하게 누비는 멀티 플레이어다. 빅&스몰의 시너지를 기대케 하는 조합이다.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만한 과감한 영입은 오로지 리그 정상탈환을 위함이다. 최강희 감독은 “잃어버렸던 전북의 색깔을 되찾겠다”는 말로 강한 의지를 전하고 있다. 화끈하게 싸우기 위해 두둑하게 무기를 챙긴 모양새다. 'AGAIN 2009'라는 외침이 들리고 있는 전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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