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4년 전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26‧대한항공)의 ‘기적의 금메달’ 역사는 극적으로 이뤄졌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1만m. 감동의 레이스를 질주한 이승훈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숭훈보다 기록에서 앞섰던 스벤 크라머(28‧네덜란드)가 중복 레인 실수로 실격 처리되면서 아시아 최초로 장거리 금빛 물결을 일으켰다. 거짓말 같은 레이스로 실력에 행운까지 깃든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밴쿠버 대회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냈던 이승훈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승훈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네덜란드 오픈대회 남자 3000m에 출전해 3분45초00에 결승선을 통과해 크라머(3분44초02)에 0.98초 뒤진 2위를 차지했다. 성공적인 최종 리허설을 마친 이승훈은 모태범(24‧대한한공), 이상화(24‧서울시청) 등과 함께 격전지인 소치로 이동했다.
↑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스타 이승훈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 2연패에 도전장을 내민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승훈의 강력한 라이벌은 5000m와 1만m 세계기록 보유자인 크라머다. 이승훈이 올림픽 행운의 사나이였다면 크라머는 불운의 남자였다. 크라머는 밴쿠버 대회에서 잘못된 지시를 내린 코치의 뼈아픈 실수로 금메달을 헌납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당시 크라머는 이승훈보다 4초 이상 앞선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크라머가 실격 처리가 되지 않았다면 이승훈의 금메달 꿈도 깨질 뻔했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행운이 아닌 실력으로 맞붙는다. 소치 입성에 앞서 프랑스와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통해 강훈련을 실시했다.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과 떨어져 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해 집중훈련을 갖기도 했다. 이승훈의 최대 장점인 코너워크를 극대화하기 위한 이승훈의 독특한 훈련 방식이었다. 4년 전에도 같은 훈련으로 큰 효과를 봤다.
스피드스케이팅은 0.01초의 싸움이다. 상위권 선수들의 경우 경기 당일 컨디션이 메달 색깔을 좌우한다. 4년 전에 비해 크라머와 꾸준히 격차를 1초 안팎까지 줄인 이승훈은 또 한 번의 기적을 노려볼 수 있다. 기록적인 측면에서는 이승훈이 크라머를 쫓고 있는 형국이지만, 올림픽 무대에 있어서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크라머가 오히려 부담이 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승훈은 주종목인 5000m와 1만m 외에 팀 추월에서도 메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형준(23·한국체대), 김철민(22·한국체대)과 출전하는 팀 추월은 쇼트트랙 기술이 탁월한 이승훈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레이스다. 또 최종 리허설이었던 네덜란드 오픈 대회에서 주형준이 150
이승훈이 4년 전 5000m 설욕전과 함께 동계올림픽 사상 첫 1만m 2연패의 꿈을 이뤄낼 수 있을까. 이승훈이 또 한 번 기적의 레이스를 펼친다면 세 종목에서 금‧은‧동메달 석권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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