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No pain, no gain.’
러시아 쇼트트랙의 희망으로 떠오른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검은 헬멧 오른쪽에 흰색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다’라는 문구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둔 안현수의 각오가 드러난다.
그러나 지난 1일(한국시간) 소치에 입성한 안현수가 경기가 열릴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가진 러시아 대표팀의 훈련에 참가한 모습에서는 여유가 넘쳤다.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여자친구과 함께 훈련을 가지며 올림픽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안현수는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는 입을 굳게 닫았으나 훈련 도중 얼굴에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으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지난 3일 훈련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
안현수도 마찬가지다. ‘쇼트트랙 황제’로 불리는 안현수는 2006 토리노올림픽 3관왕의 주인공이다. 이후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부상 등을 겪으며 고국을 등지고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사실상 선수 생활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올림픽 직전 가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속설처럼 안현수는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쇼트트랙 전문가들은 “오히려 안현수의 기량이 전성기 시절인 2006년보다 더 향상됐다”고 입을 모으며 소치올림픽 다관왕 후보로 꼽고 있다.
안현수의 은사인 황익환 전 성남시청 감독은 “안현수는 더 발전했다. 체력과 컨디션도 다 올라온 모습이다. 금메달은 물론 전종목 메달도 딸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에서와 달리 마음 편하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과 부담을 주지 않는 운동 환경 덕분에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인 안톤 오노 NBC 스포츠 해설위원도 “안현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케이트 선수다. 기술과 경험은 최고”라고 연일 극찬을 쏟아내며 금메달 유력 후보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 러시아 대표팀 유니폼에 맞춰 붉은색으로 염색한 안현수가 대표팀 훈련에 동행한 여자친구와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
자신의 꿈을 이룬 김연아도 밴쿠버 대회 이후 은퇴를 고민했다. 마지막 올림픽 시즌을 준비하면서 발목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래스는 여전했다. 올림픽 직전 가진 최종 리허설에서 역대 두 번째
쇼트트랙 황제와 피겨 여왕. 현재 속한 국가도 그들이 걸어온 과정의 속사정은 다르다. 하지만 소치올림픽을 맞는 자세는 꼭 닮았다. 안현수도 김연아와 같이 단순한 메달 색깔이 아닌 어렵게 다시 선 올림픽 무대라는 명예로운 자리 자체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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