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윤석민(28)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늦어지고 있다. 이는 역대 겨울 이적시장과 비교해서 한참 늦게 진행되고 있는 FA시장 전체의 거시적인 흐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의 시작이 불과 열흘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감감무소식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윤석민 개인의 문제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올해 F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결국 전체 시장의 움직임에 좌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FA의 특성과 ‘도전자’의 신분인 윤석민의 위치 때문에 계약이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해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 윤석민이 팀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이점도 장고가 거듭되고 있는데 일정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예년에 비해 훨씬 늦어진 시장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해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도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의 2월은 수요자들과 몸값에 이견이 많은 일부 대상이나, 팀을 찾지 못한 비중이 낮은 선수들이 계약을 맺는 시기였다. 그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상당수의 대어들이 시장에 남아있다.
ESPN은 이적시장에 앞서 매년 FA랭킹을 매기는데, 해당 순위 50위내 선수 중 무려 9명이 팀을 찾지 못했다. 특히 10위권 이내에 4명이 남았다. 범위를 넓혀봐도 25위권 이내에도 6명이 미계약자로 시장에 존재한다.
우완투수 우발도 히메네즈(4위), 우완투수 어빈 산타나(6위), 내야수 스티븐 드류(9위), 우완투수 A.J 버넷(10위), 외야수 넬슨 크루즈(23위), 내야수 켄드리 모랄레스(25위), 좌완투수 폴 마홀롬(32위), 우완투수 윤석민(37위), 마무리투수 페르난도 로드니(41위), 우완투수 브론슨 아로요(45위)가 50위내 미계약 선수들이다.
특히 뉴욕 양키스와 대형계약을 맺은 다나카 마사히로와 함께 ‘투수 FA 최대어 3인’으로 꼽혔던 히메네즈와 산타나가 아직도 팀을 찾지 못한 것은 과거와 비교하면 매우 특이한 경우다. 일반적으로 수준급 선발투수가 FA 시장에서 품귀현상을 빚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애당초 이들이 거액 몸값의 장기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첫 번째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2012년부터 시행된 ‘퀄리파잉 오퍼(Qualifying Offer)’ 제도가 출발점이다. 퀄리파잉 오퍼란 FA 자격을 얻는 선수에게 현 소속구단이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올해는 1410만달러)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거절하고 FA시장으로 나간 선수를 영입하는 팀은 원 소속 구단에게 드래프트 상위 픽(선수 우선지명권)을 넘겨줘야 한다. 다만 하위 순위 10개팀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재정 상황이 좋은 구단이 FA 영입으로 선수를 독식하는 것을 막아 구단 간 전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의도는 기대 이상으로 적중해, 시장을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거기에는 신인드래프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연관돼 있다. 2011시즌 이후 메이저리그는 퀄리파잉 오퍼와 같은 전력 평준화의 목적으로, 신인 드래프트 지명 계약에 쓸 수 있는 금액에 상한액을 뒀다. 이는 부자구단들의 발목을 잡았다. 많은 계약금액을 원해, 지명 순위가 밀린 특급 유망주들은 항상 존재했다. 뉴욕 양키스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은 2000년대 이후 이들에게 1라운드와 다름없는 거액의 계약보너스를 안겨주는 방법으로 많은 인재를 쓸어담았다. 이것이 제한되면서 상위 순위 드래프트권의 가치가 더욱 올라간 것이다.
애초에 다나카라는 특급 변수가 존재했던 것에 더해, 이런 사정까지 겹쳐지면서 시장은 역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남은 선수들의 몸값도 다소 떨어진 분위기다.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것도 객관적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