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25‧대한항공)은 잘했다. 빙속 최강국을 자부하는 네덜란드가 더 강했을 뿐이다.
네덜란드의 벽은 높았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장거리에 이어 단거리에서도 금‧은‧동메달을 싹쓸이 했다. 오렌지 군단은 무적 함대였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5000m에 나섰던 이승훈(26‧대한항공)에 이어 500m 금메달을 노렸던 모태범도 11일 네덜란드의 벽에 부딪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모태범은 2010 밴쿠버올림픽의 영웅이다. 500m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썼다. 4년이 지난 소치 대회에서도 모태범은 여전히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랭킹 1위로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다. 금메달에 안주하지 않고 엄청난 노력을 이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모태범이 11일(한국시간)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4위를 기록한 뒤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
모태범은 금메달을 땄던 밴쿠버 대회 500m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82 기록보다 0.13초 단축시켰다.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성적이었다. 일본의 자존심 가토 조지(69초74)와 나가시마 게이치로(70초04)를 따돌렸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벽을 넘진 못했다. 네덜란드는 최강국의 위엄을 과시했다. 1~3위를 차지한 미셸 뮬더(69초31) 얀 스메켄스(69초32) 로널드 뮬더(69초46)는 무시무시한 레이스로 빙상을 갈랐다.
네덜란드는 전통의 강호다. 국가적 지원도 엄청나다. 밴쿠버 대회에서 한국에 최강의 자리를 내준 뒤 독을 품고 나섰다. 신체적 조건과 훈련 환경에서 큰 차이가 나는 네덜란드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 단거리는 0.01초의 전쟁이다. 상위 7명의 선수들은 대회 당일 컨디션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종목이다. 기량은
도전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힘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모태범의 4위는 메달의 색깔을 떠나 더 값지다. 모태범은 이번 올림픽에 앞서 이미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500m보다 1000m에 더 욕심을 냈다. 그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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