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차세대 주전포수로 꼽히고 있는 이지영(28)에게는 모든 것을 본받고 싶은 교본이자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바로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포수 중 1명으로 꼽히는 진갑용(40)이다. 부족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렵게 잡은 프로의 기회. 간절히 바라는 명문 삼성의 포수 마스크였다. 조금씩 전진해서 언젠가는 위대한 포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이지영의 각오였다.
지난해 삼성은 이지영이 113경기(294타석), 진갑용이 101경기(204타석), 이정식이 11경기(17타석)서 각각 마스크를 썼다. 이지영은 지난해 완벽한 주전은 아니었다. 타율 2할3푼9리의 타격 성적도 냉정히 말해 우승팀의 주전포수라기에는 모자랐다. 특히 홈런이 없고 2루타가 4개, 3루타가 1개로 장타가 부족했던 점도 아쉬움이 컸다.
이지영 또한 지난해를 돌이켜보면서 “타격면에서 정말 부진했다. 작년은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 2012년 3할4리를 치면서 외부에서도 기대가 많았고 스스로도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많았다”면서 “타석에 들어서면 무조건 잘 쳐야 된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타석에서 급해지고 심리적으로 쫓겼던 것 같다”고 지난 시즌 부진의 이유를 밝혔다.
실질적인 풀타임 첫해였던 2013시즌. 수비와 공격면에서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시즌 중반까지는 큰 부담이 됐다. 이지영은 “배우고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커서 경기 중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시즌 중반 이후에는 투수들과 호흡도 점차 생기면서 주도적으로 리드해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진갑용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지영은 “내게는 진갑용 선배라는 훌륭한 교본이 있다. 정말 스탭, 기본동작, 포구, 블로킹 등등 기본기의 정석과 같은 분이다. 삼성 포수의 틀 자체를 만들어놓은 분이기에 보고 배우는 것이 정말 많다”면서 “지금은 나이 때문에 속도가 느려지셨지만 밸런스나 안정감면에서는 월등한 부분이 많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프로라면 경쟁이 당연하지만, 너무나 큰 산이다. 부담감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지영은 “어쩔 수 없다. 내가 부진했던 것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고, 또 진갑용 선배라는 대포수의 뒤를 따르는 것만도 큰 의미가 있다”면서 “그만큼을 기대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이고 나 역시 충족시킬 수 있게 점점 노력하게 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이지영은 “진갑용 선배라는 큰 이름의 그림자를 언젠가는 벗어나고 싶다. 그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담담하고 나직한 그의 목소리 속에는 단단한 결의도 있었다.
공격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수비나 투수들과의 호흡에서는 배운 것이 많다. 이지영의 지난 시즌에 대해 팀 내부 투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이 호평하고 있는 부분도 그 지점이다. 이지영은 “우리팀에는 워낙 좋은 베테랑 투수들이 많다. 일단 형들이 사인을 내면 고개를 젓지 않게 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 그러다 시즌 초중반 이후에는 내 위주의 볼배합으로 좋은 성적을 나게 하는데 욕심이 생겼다. 형들이 워낙 잘 해주다보니 성적도 좋게 나면서, 좋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며 팀 내부의 호평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지난 시즌 많은 투수들은 이지영과 호흡을 맞추면서 침착한 리드와 배려심, 많은 연구가 뒷받침된 볼배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지영은 “투수들 위주로 볼배합을 하는 편이다. 정말 중요한 상황에는 가끔 벤치에서 사인이 나기도 하지만 일단은 투수와 내가 백퍼센트 호흡을 맞추는 부분이 중요하다”면서 “당일 타자들의 배트 각도나 스윙의 궤적을 보면 포수에게는 감이 오는 부분이 있다. 그 점도 고려해서 사인을 내면서 동시에 해당 투수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구질을 믿고 던지도록 하는 편이다”라며 자신의 스타일을 설명했다.
소위 말하는 인사이드워크의 측면에서 개선점을 느낀 동시에 많은 부분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올해 이지영의 목표는 단순하다. 이지영은 “작년보다 한발 더 나아지는 것이다. 더 많이 출장하면서 더 안정감 있게 경기를 이끌고 싶다. 나는 안방마님이다. 투수와 팀을 더 빛나게 하고 싶고, 승리에
위대한 선수의 그늘 아래서, 이제 겨우 190경기의 1군 무대를 밟은 신고선수 출신의 포수 이지영. 큰 산을 쳐다보고만 있기보다는 한 발자국씩 걸어오르기로 했다. 그는 그림자나 비난에 눌리기보다는 묵묵하게 땀을 흘리는 쪽을 택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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