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쇼트트랙 황제’의 화려한 귀환이다. 러시아 귀화 후 고국이 아닌 자국에 쇼트트랙 첫 금메달을 안긴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포효했다. 한 동안 빙판에 엎드려 감격한 안현수는 ‘빙판 키스’ 세리머니로 돌아온 황제 대관식을 치렀다.
안현수를 잃은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취약 종목인 500m만 남겨둔 상황서 올림픽 노메달 위기에 몰렸다.
역시 안현수였다. ‘쇼트트랙을 위해 태어난 선수’라는 극찬을 받은 안현수는 8년 만에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여전했고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경기 운영 능력과 체력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었다.
↑ 안현수가 러시아에 올림픽 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뒤 포효하고 있다. 안현수의 뒤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신다운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
안현수는 러이사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는 한 때 한국의 영웅이었다. 그러나 대한빙상경기연맹과의 갈등, 파벌싸움, 소속팀 해체, 부상 등에 휘말리며 2011년 국가대표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러시아로 방향을 틀었다.
안현수는 단지 국가대표로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재기에 성공했다. 안현수의 금메달은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안현수는 올림픽 직전 열렸던 유럽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500m, 1000m, 3000m 슈퍼파이널,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싹쓸이 하며 4관왕에 올랐다. 안현수는 이 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1500m를 제외한 전종목을 휩쓸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1500m에서 동메달을 차지해 러이사에 쇼트트랙 사상 첫 메달을 안긴데 이어 금메달까지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다.
안현수의 선전이 얄궂게도 한국 남자 쇼트트랙으로서는 비극이 되고 있다. 한국은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모두 메달이 좌절됐다. 이제 남은 종목은 500m 뿐이다. 단거리에서 약점을 보인 한국으로서는 노메달 위기다.
한국으로서는 예고된 참사였다. 빙상연맹은 ‘안현수 사태’ 이후에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의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올림픽 직
안현수는 러시아 귀화 후 웃음을 되찾았다. 쇼트트랙 자체를 즐기며 진정한 ‘쇼트트랙 황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나서 안타까움을 드러낸 가운데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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