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웃고 우는 건 한끝 차이였다. 1위와 2위의 차이도 크나, 3위와 4위의 차이는 더욱 크다. 1위는 ‘우승자’이나 2위와 3위도 메달을 목에 건 ‘승자’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다. 하지만 1계단 아래인 4위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시상대에도 오르지 못한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뜨겁게 만들었던 ‘빙속 삼남매’ 가운데 두 형제가 빈손이다. 2종목씩 출전했는데 메달은 없었다. 지난 밴쿠버 대회에서 2개씩의 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메달 따는 건 역시 하늘의 별을 따듯 힘들다. 못한 게 아니다. 이승훈(26·대한항공)과 모태범(25·대한항공)은 저마다 종목에서 전 세계 4번째로 잘했다.
이승훈은 남자 1만m에서, 모태범은 남자 500m에서 4위를 기록했다. 4년 전에는 이 종목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둘 다 ‘오렌지 광풍’에 밀렸다. 500m와 1만m에는 네덜란드 선수들이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 했다.
↑ 소치에서 아쉬움은 진하다. 4년 전 금메달을 땄는데, 이번엔 4위를 기록했다. 한끝 차이로 메달을 놓쳤으나 그 아쉬움은 또 한 번의 도전을 부른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
모태범과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실상 1년 365일 가운데 특정일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제 아무리 관리를 하고 훈련을 해도 어렵다. 그것도 ‘운’이라면 운이다.
그저 그날 모든 걸 불태울 수밖에 없다. 둘 도 그랬다. 최선을 다했고 후회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이를 악물고 달리고 또 달렸다. ‘투혼’이었다. 그렇게 해서 달성한 4위였다.
정상에서 잠시 내려갔다. 우승자에서 도전자가 됐
또 다시 오르고 싶다. 그리고 앞에 높인 벽을 넘고 싶다. 갈 길이 한창이다. 달려야 할 빙판도 쭉 뻗어있다. 값진 4위, 아쉬움도 크나 또 한 번의 도전을 부른다. 다음엔 다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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