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부문에서 네덜란드는 시쳇말로 ‘넘사벽’이었다. 남자와 여자, 단거리와 장거리를 가리지 않고 메달을 싹쓸이했다. 스피드 스케이팅장은 연일 ‘오렌지 광풍’이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기대했던 ‘쌍두마차’인 모태범(25)과 이승훈(26) 모두 네덜란드의 벽에 가로막혔다. 모태범도 이승훈도 혼신의 힘을 다했고 너무도 잘 달렸으나 최고성적은 각각 4위(500m-10000m)였다. 네덜란드의 벽을 넘지 못한 결과다. 거의 ‘국민스포츠’에 가까운 네덜란드의 저변을 생각하면 4위만으로 대단한 성과지만, 메달의 결실을 맺지 못한 건 못내 아쉬웠다.
↑ 대한민국 팀추월 대표팀이 결승에서 네덜란드를 상대한다.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불과 0.05초다. 힘을 합치면 결코 넘사벽이 아니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요리트 베르그스마가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고 이승훈과 함께 레이스를 펼친 남자 5000m 우승자 스벤 크라머는 베르그스마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그리고 2006년과 2010년에 이어 3회 연속 출전하는 베테랑 밥데용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이런 무시무시한 힘을 생각했을 때, 그야말로 드림팀 같을 ‘팀추월’ 부문은 자연스레 네덜란드의 몫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역시 차원이 다른 레벨로 결승에 진출했다. 8강에서 프랑스를 꺾을 때는 8초69가, 4강에서 폴란드를 제칠 때는 8초29가 앞섰다. 마치 상대를 ‘추월’할 기세처럼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대한민국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기록이 입증한다.
이승훈이 “팀추월이 가장 기대된다”라고 했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주형준(23), 김철민(22)과 함께 나선 단체전의 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8강전에서 개최국 러시아를 만난 한국대표팀은 2번째 바퀴까지 러시아에 0.13초 뒤졌으나 이후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3분40초84이라는 좋은 기록으로 4강에 진출했다. 캐나다와의 준결승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호흡과 함께 3분42초32를 기록, 결승에 오르면서 당당히 은메달을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네덜란드다.
프랑스 그리고 폴란드를 쓰러뜨리던 네덜란드의 힘은 분명 위력적이었다. 더군다나 네덜란드는 준결승에서 10000m 올림픽기록 작성자 베르그스마를 쉬게 했다. 결승을 대비한 포석이고 이 역시 부담스럽다.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은 8강에서 3분40초84를 기록했다. 이는 네덜란드가 4강에서 세운 3분40초79와 불과 0.05초차이다. 폴란드를 잡을 듯 달려들 기세였으나 기록상
이승훈 주형민 김철민이 힘을 합치는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이 ‘오렌지 광풍’과 맞대결을 펼칠 팀추월 결승전은 한국시간으로 22일 오후 아를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다. 후회 없고 두려움 없는 레이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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