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넘사벽’을 끝내 넘지 못했지만, 완패는 아니었다. 명승부였다. 소치를 휩쓴 ‘오렌지 광풍’을 잘 막아냈고, 오히려 멋진 카운터어택도 날렸다. 네덜란드의 한국의 위협에 적잖이 당황했다.
23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결승. 경기 전 전망은 일방적이었다. 너도나도 ‘빙속 강국’ 네덜란드의 완승을 점쳤다.
↑ 한국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최강’ 네덜란드와 명승부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
그에 비해 한국은 여자 500m의 이상화(25·서울시청) 외에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남자 종목에서는 네덜란드의 벽에 막혀 단 1개의 메달도 손에 쥐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팀을 강조한 한국은 이승훈(26·대한항공), 김철민(22·한국체대), 주형준(23·한국체대)이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하며 결승에 올랐다. 팀추월 결승에 진출한 건 사상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일이 결코 행운이 따른 게 아니라는 걸 결승에서 보여줬다.
한국은 결승에서 네덜란드와 초반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초반에 맞불을 놓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엎고 뒤집는 양상이었다. 한국은 첫 200m에서 17초47로 네덜란드(17초43)에 0.04초 뒤졌다. 그러나 곧 폭발적인 스피드를 펼치면서 네덜란드보다 먼저 400m 지점(30초47)과 6000m 지점(43초57)을 통과했다. 각각 네덜란드보다 0.02초, 0.01초 빨랐다.
못 넘을 산이 아니었다. 한국의 매서운 추격은 네덜란드를 당혹케, 그리고 긴장케 만들었다. 한국은 800m와 1000m 지점에서 간발의 차로 늦었으나 다시 역전했다. 1200m 지점에서는 1분23초27로 0.05초 더 빨리 통과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였다.
한국은 흐트러짐 없이 중반까지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중반 넘어서며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무게는 점차 네덜란드로 기울었다. 반 바퀴를 돌 때마다 네덜란드
결국 한국은 네덜란드에 3초14 뒤졌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유일하게 힘들게 했던 한국의 레이스는 훌륭했다. 또한, 기록도 좋았다. 3분40초85로 준결승(3분40초79)과 비교해 크게 차이가 없었다. 더욱이 네덜란드가 올림픽 신기록(3분37초71)을 세울 수 있었던 데에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한 한국의 위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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