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베일을 벗은 전북의 ‘업그레이드 닥공’이 화제다. 이제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니 괜한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지만 기대대로 강했고 더 큰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전북이 지난 26일 안방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승기가 2골을 터뜨리면서 승리의 주역이 됐고 레오나르도가 1골1도움으로 뒤를 받쳤다. 올 시즌 공공연하게 ‘2관왕(정규리그+ACL)’을 목표로 내건 전북으로서는 부담스러운 첫 단추를 기대 이상으로 잘 꿰었다.
↑ 역시 전북은 강했다. J리그의 강호를 완파했다. 그것도 이동국과 김남일이 빠진 스쿼드였다. 그래서 더더욱 기대가 되는 전북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하지만, 전북도 고생했던 것은 마찬가지다. 철저한 압박으로 상대의 스타일이 나오지 못하게 막은 것은 좋았으나 전북의 공격도 좀처럼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휘슬과 함께 전북 선수들의 하고자하는 의지가 눈에 보였을 정도로 각오가 대단했다. 이동국을 대신해 원톱으로 출격한 카이오부터 인천에서 이적한 측면공격수 한교원, 신인임에도 첫 경기부터 선발출전의 기회를 얻은 이재성 등 뉴 페이스들이 홈 팬들과 최강희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덕분에 내내 주도권은 전북의 몫이었다. 특히 한교원의 측면 돌파가 돋보였다. 인천에서도 주력 하나만큼은 ‘에이스’로 통했던 한교원은 특유의 빠른 발을 앞세워 요코하마의 오른쪽을 계속 두드렸다. 상대 감독도 경기 후 “7번(한교원)을 막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오른쪽 측면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전북의 공격이 강했다. 그러나 소득이 없었다. 나카무라 순스케의 왼발 프리킥을 생각할 때 자칫 주도권을 잡고 있다가 의도치 않았던 ‘한방’에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까지 내포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후반 15분 이승기의 선제골 이후 전혀 딴판이 됐다. 단초를 잡아내자 닥공이 펼쳐졌고, 상대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야스히로 감독이 “2번째 3번째 실점은 요코하마의 플레이가 아니다”고 토로했을 정도로 막바지 30분은 전북의 압도적인 지배였다. 결국 전북의 첫 경기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보완점도 보였다. 사실 그래서 앞으로의 전북이 더 기대가 된다. 완전한 스쿼드로 거둔 대승이 아닌 까닭이다.
이날 경기에는 전북의 간판 공격수 이동국,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이 없었다. 이동국은 종아리, 김남일은 발목 쪽에 가벼운 부상으로 제외됐다. 최강희 감독은 “두 선수 모두 K리그 개막전(3월8일)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뜻을 전했다. 카이오와 함께 영입한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마르코스 역시 요코하마전에 나오지 못했는데, 브라질과 달리 추운 날씨에 감기 기운이 있어 무리시키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요컨대, 2014년 전북의 핵심 삼총사라 불러도 좋을 이들이 모두 빠지고도 J리그의 강호를 완파했으니 분명 고무적인 결과다. 여기에 앞으로 나아질 ‘밸런스’를 생각한다면 기대감이 추가된다.
앞서 언급했듯 전반의 전북은 빠르고 강하고 화려했으나 다소 어수선한 면도 없지 않았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과 의지의 영향이 컸을 경기지만, 완급의 아쉬움이 남았다. 젊은 선수들 특유의 ‘돌격 앞으로’가 시너지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잠시 호흡을 고르는 조절이 부족했던 까닭이다. 그래서 김남일과 이동국, 두 아저씨가 가세할 전북이 더 기대된다.
마치 닌자처럼 ‘슥’ 다가가서 ‘툭’하고 공의 방향을 바꿔놓는 김남일의 노련한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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