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다 끝났다. 비난의 화살을 무릅쓰고 결국은 호출했다. 이제는 박주영이 답할 차례다. 허락된 시간은 많지가 않다. 단 사흘 동안 두 번의 훈련과 한 번의 실전을 통해 ‘박주영’이라는 인물의 필요성을 입증해야한다.
한 TV 프로그램이 생각나는 상황이다. 치열한 삶의 현장 곳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솔한 72시간을 담아내는 그 프로그램의 이름은 ‘다큐멘터리 3일’이다. 박주영에게 다가올 사흘이 꼭 그렇다. 가감 없는 모습을 보여줄, 혹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보일 사흘의 기록에 따라 박주영의 브라질행은 결정된다.
↑ 박주영의 ‘다큐 3일’이 펼쳐진다. 가감 없는 모습을 보여줄, 혹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보일 사흘의 기록에 따라 박주영의 브라질행은 결정된다. 사진= MK스포츠 DB |
배경 자체만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나 박주영이 처음 합류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이 박주영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우선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야했으나 박주영이라는 공격수를 꼭 눈으로 확인해야했기에 내린 불가피한 결단이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원칙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팬들의 성토가 강했고, 하필이면 대상이 ‘뜨거운 감자’ 박주영이었으니 왈가왈부는 더욱 심했다. 그런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불렀다. 만약 박주영의 기량이 기억하는 그대로라면, 대표팀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홍명보 감독이 해야 할 일은 끝났다. 박주영이 대답할 차례다.
홍명보 감독은 2일 오전 K리거 7명과 중국에서 뛰고 있는 김영권 하대성 등 9명과 함께 그리스행 비행기에 올랐고, 박주영은 다른 해외파들처럼 그리스 아테네로 직접 날아간다. 박주영과 박주영이 가세할 축구대표팀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흘. 그리스전은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 7시에 펼쳐지는데, 이때까지 홍명보호가 손발을 맞출 시간은 알차게 잡아야 3일과 4일 이틀뿐이다. 그리고 5일 저녁 그리스전을 치르는 빡빡한 일정이다.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박주영은 그리스전에 선발로 나설 전망이다. 결국 두 번의 훈련과 한 번의 실전을 통해 홍명보 감독과 동료들로부터 ‘역시’라는 말을 들어야한다. 팬들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으나 일단 내부적인 신뢰가 우선이다. 만약 이 마지막 시간을 살리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배려와 명분은 기대할 수 없다.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 박주영은 한국시간으로 2일 새벽에 끝난 블랙풀과의 챔피언십 33라운드 홈경기에 또 결장했다. 5경기 연속해서 필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왓포드 임대 이적으로 실전경험을 쌓기 위한 실마리가 풀리는가 싶었는데 아직 엉켜 있다. 박주영도 홍명보 감독도 부담스
더 이상 숨길 수도 속일 수도 없는 ‘다큐멘터리 3일’ 같은 시간이 박주영에게 주어졌다. 훈련 두 번과 한 번의 실전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진심을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72시간을 절실하게 보내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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