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최강희 전북 감독이 잘 쓰는 단어가 ‘아저씨’다. 선수들을 지칭하며 “OOO아저씨가”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푼다.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나이가 얼추 든 고참들이 대상이다. 이를테면, “최은성 아저씨가”나 “김상식 아저씨가” 같은 것이다. 이제는 “이동국 아저씨가”와 “김남일 아저씨가”가 주된 레퍼토리다.
팀의 간판스타 이동국(35) 그리고 새롭게 가세한 베테랑 김남일(37). 두 아저씨가 처음으로 전북에서 호흡을 맞추는 ‘진짜 전북’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전북은 8일 오후 4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부산을 불러들여 2014년 K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두 아저씨’가 전북 유니폼을 입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첫 경기이기도 하다.
↑ 전북의 ‘두 아저씨’ 이동국과 김남일이 가세한 진짜 전북이 뜬다. 요코하마를 3-0으로 쓰러뜨리던 그 전북은 가짜일 수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당시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은 “역시 아저씨들이 문제”라고 농을 던진 뒤 “큰 부상은 아니다. 김남일은 브라질 전지훈련 막판에 부상이 있었는데 회복 중이고, 이동국은 부상이라기보다는 근육에 약간 문제가 있어 보호차원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K리그 개막전에는 문제없이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리그 최고의 골잡이 이동국과 자타가 공인하는 노련한 미드필더 김남일이 빠졌음에도 전북은 강했다. 요코하마의 히구치 야스히로 감독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공을 제대로 가수하지 못했다”면서 “첫 골과 함께 무너졌다. 이어진 2번째 3번째 실점은 원래 요코하마의 모습이 아니다”는 말로 완패를 시인했다.
지난 3일 K리그 미디어데이에 모인 다른 팀 감독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전북의 강함을 인정했다. 전북을 제외한 K리그 클래식 11개 팀 감독 중 8명이 “우승후보 0순위는 전북”이라고 외쳤다. 최강희 감독은 “괜히 우리를 1강이라 말해서 피해가 크다”라고 우는 소리를 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감독들은 없었다. 디펜딩 챔프 포항의 황선홍 감독은 “ACL 1경기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전북은 벌써 전북의 스타일이 나온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한 전북이 아니다. 올 시즌 전북이 더 기대되는 것은, 이동국과 김남일이 빠진 상황에서 보여준 강함이라는 것이다. ‘두 아저씨’가 가세할 전북이 진짜 전북이다. 단순히 이름값에 기댄 전망은 아니다.
이동국은 전북 전술의 중심이다. 골을 잡아내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이동국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측면자원 수집에 집중했다. 기존 레오나르도에 한교원 김인성 이상협(4월 합류) 등 새로 가세한 날개들이 수시로 측면을 헤집고 중앙으로 연결해 이동국의 득점을 돕는다는 것이 전북 ‘닥공’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김남일은 혈기왕성한 전북 스쿼드에 ‘완급’을 조절해줄 조타수다. 요코하마전에서 전북은, 강했으나 지나친 감도 있었다. 빠르고 화려했으나 어수선한 면도 있었다. 첫 경기에 대한 부담과 의지의 영향이 컸을 경기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젊은 선수들 특유의 ‘돌격 앞으로’가 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잠시 숨을 고르는 조절이 부족했던 탓이다. 경기의 맥을 읽어 흐름을 잇거나 끊는 김남일의 부드러움이 가미된
‘두 아저씨’가 출격준비를 마쳤다. 요코하마전에서 몸상 증세로 제외된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마르코스 역시 전주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세 선수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기대감은 더 커진다. 3-0으로 J리그의 강호를 꺾은 그 강한 전북도 가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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