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김남일의 전북 데뷔전 시간은 62분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원래 60분에서 70분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것, 전북에서의 첫 경기라는 것을 고려한 시간배려였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남일은 “힘들었다”며 웃었다. 무난하게 첫 경기를 마쳤다는 안도와 만족이 합쳐진 미소였다. ‘녹색 진공청소기’로의 변신에 대한 평가는 교체 아웃되는 순간 팬들이 전해준 박수소리로 확인할 수 있었다.
↑ 김남일이 전북 데뷔전을 마쳤다. 스스로 ‘힘들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부담이 컸으나 무난하게 소화했다. 베테랑답게, 자신이 해야 할 몫을 알고 있는 김남일이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부담이 적잖았던 경기다. 부담의 원인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시선’이다. 김남일은 “언론에서도 그렇고 팬들도 그렇고, 워낙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도 ‘첫 단추’는 역시 심리적인 압박이 있게 마련이다. 게다 아직은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것도 압박이었다.
김남일이 요코하마전을 뛰지 못했던 것은 부상 때문이다. 브라질 전지훈련 막바지에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했다. 부산전을 앞두고 만난 최강희 감독은 “사실, 브라질에서 김남일이 완벽하게 몸을 만들었다. 모든 평가전을 다 소화했는데, 하필이면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에게 발목을 밟혔다”는 속사정을 전했다.
대외적으로는 “큰 부상은 아니다”고 했으나 김남일 본인은 “오늘(부산전)도 못나올 뻔했다”면서 앓는 소리를 했다. 이어 “아무래도 100%의 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또 조심스러웠다. 교체될 때 팬들이 보내준 박수는 좀 잘하라는 질타”라 평했다. 앞으로 더 나아질 플레이를 기대해도 좋다는 뜻을 에둘러 전한 것이다.
실상 부담은 김남일만 있었던 게 아니다. 홈에서의 개막전이라는 압박에 전북 선수들은 전반 초중반까지 부산에게 고전했다. 여러 차례 위협적인 실점위기를 내주기도 했다. 최강희 감독이 계속 손을 아래로 내리면서 침착하라고 주문한 이유다. 그리고, 필드 안에서는 김남일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었다. 김남일은 “그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전북에서 해야 할 일은 공을 잘 차는 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후배들을 컨트롤 하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하기 위해 왔다”면서 “솔직히 아직은 내 팀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경기장 역시 낯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는 말로 섣부를 호언장담보다는 필드에서 말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나 김남일의 표정에는 후련함이 보였다. “앞에서 골을 팍팍 넣어주니까 뒤에서 뛰는 입장에서 한결 편하다”는 말로 동료들의 결정력에 박수를 보내는 여유를 전했다. 동료들에게 ‘기’를 전해주는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의 플레이를 평가하며 “오늘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제 몸 상태가 올라올 것이다. 김남일이 중앙에서 자신의 몫을 해주면 팀이 훨씬 안정이 될 것”이라는 말로 신뢰를 전했다. 최강희 감독이 말한 ‘몫’은, 아마도 김남일이 자신이 말한 ‘몫’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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