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황새’ 황선홍 포항 감독(46)과 ‘독수리’ 최용수 서울 감독(41)은 현역시절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 대한민국 대형 스트라이커 계보의 적자였던 두 골잡이는 1990년대를 풍미한 선후배이자 경쟁자이자 동반자였다. 그들의 동행은 지도자로 변신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2012년 K리그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FC서울은 그해 K리그 정상에 올랐다. 2013년 K리그 최우수 감독상은 황선홍 감독이 가져갔다. 황 감독이 이끄는 포항스틸러스는 2013년 정규리그와 FA컵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국내에서 시즌 더블은 지금껏 포항이 유일하다. 최용수 감독도 서울을 ACL 준우승으로 이끌며 AFC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과 더불어 ‘40대 지도자 기수론’의 주인공들이다.
↑ 시대를 풍미한 골잡이 황선홍 감독과 최용수 감독이 골잡이 부재에 시름하고 있다. 자신이 뛰고 싶을 답답한 심경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사실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부터 느꼈던 답답함이다. 팀의 넉넉지 않은 여건상 외국인 스트라이커를 활용할 수 없었던 포항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를 두지 않는 ‘제로톱’ 시스템이라는 고육책을 가동했다. 놀랍게도 공격수 없는 포항은 ‘스틸타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빠르고 정확한 패스로 상대를 유린, 결국 리그 2관왕의 쾌거를 올렸다. ‘이’ 없이 ‘잇몸’으로 거둔 쾌거였다. 하지만 ‘대안’은 늘 불안한 법이다.
올해도 포항은 외국인 선수가 없다. 여기에 박성호 노병준 황진성 등 FA로 풀렸던 공격자원들이 모두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더 힘든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시작부터 더딘 걸음이다. 포항은 지난달 25일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북 서울 울산 등 다른 K리그 클럽들이 모두 2골 이상씩 뽑으며 승전보를 울렸으나 포항만 무승부였다.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 결정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8일 K리그 개막전에서도 포항은 울산에게 0-1로 무릎을 꿇었다. 터지지 않은 골이 문제였다.
FC서울도 포항과 비슷한 괴로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결정력만큼은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받은 서울이다. 하지만 데얀이 떠난 올해는 다르다. 몰리나 역시 전력 외로 분류된다. ‘데몰리션 콤비’가 빠졌고, 2선의 사령관 하대성도 중국 대륙으로 넘어갔다. 패색이 짙던 경기를 뛰어난 결정력 한방으로 뒤집던 시나리오를 이젠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 역시 ‘골잡이 부재’의 괴로움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센트럴코스트 매러너스와의 ACL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를 거뒀으나 사실 공격력이 매끄럽진 않았다. 최용수 감독은 “승리는 했으나 보완점을 많이 발견했던 경기”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 우려는 K리그 개막전에서 현실화됐다. 서울은 전남드래곤즈와의 K리그 홈개막전에서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답답한 경기를 풀다 0-1로 무릎을 꿇었다.
포항도 서울도 ‘안 터져요’라는 하소연이 나올 상황이다. 개개인의 능력보다 팀 전체의 호흡에 기대를 걸어야하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ACL은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단 6번의 조별예선을 통해 16강 진출팀을 가리기 때문에 빠르게 해법을 찾아야한다.
당장 11일 오후 원정으로 펼쳐지는 2차전이 고비다. 포항은 태국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