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 번만 져주겠다.”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의 추일승(51) 감독은 지난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서울 SK와의 대전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미디어데이를 재밌게 만든 발언이었지만 상대 사령탑인 문경은(43) 감독이 언짢게 느낄 수도 있었다. 물론 문 감독도 추 감독의 발언이 악의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3차전에서 끝내겠다”고 가볍게 응수하며 일단락됐다.
↑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의 각오가 실현될 수 있을까. 15일 열리는 플레이오프 2차전이 중요한 이유다. 사진=김영구 기자 |
그러나 1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에서 오리온스는 SK에 73-84로 완패했다. SK의 베테랑 주희정의 눈부신 활약으로 전반에 경기는 기울었고, 막판에는 김선형과 박상오가 쐐기를 박았다. 슛 정확도, 제공권에서 모두 밀렸다. 하지만 가장 뼈 아픈 손실은 주포 김동욱의 부상. 1차전에서 무릎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한 김동욱은 2차전 출장이 불투명하다. 그는 SK와의 정규리그 6경기에서 평균 11.2득점 3.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올렸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왔던 터라 결장의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됐건 오리온스는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2차전에 총력전을 기울여야 한다. 이 경기까지 내줄 경우, 분위기상 3차전도 힘들다. 이런 점이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 중요한 경기가 2차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김동욱을 대체할 해결사가 필요하다. 결국 허일영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허일영은 SK와의 정규리그 5차전에서 31득점을 올렸다. 농구는 특성상 분위기를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일단 제공권 장악이 뒤받쳐줘야 한다. 오리온스나 SK의 포워드 신장은 별 차이 없다. 그러나 1차전에서 오리온스는 리바운드를 25개 잡는데 그친 반면, SK에 35개나 내줬다. 승패를 결정한 주요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평상심과 집중력 유지다. 1차전에서 대패해 분위기가 침체됐지만 이를 극복해야 반전을 노릴 수 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패배할 경우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은 5.9%. 5.9% 안에 들어가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추일승 감독의 호언장담이 현실이 될 수 있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