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의 시프트 대처는 유연했다.
LG와 SK의 시범경기 2연전이 열린 20일과 21일 문학구장, 스캇의 타석만 되면 묘한 광경이 벌어졌다. LG는 스캇의 타석에서 3루 선상은 완전히 비워둔 채 3루수가 유격수, 유격수가 2루수 뒤쪽으로 수비 위치를 옮기는 시프트를 사용했다. 좌타자인 스캇이 주로 당겨치는 타구가 많고 장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이동. 내야의 2루수와 유격수 등도 내야를 벗어나는 지점까지 뒤로 이동할 정도로 스캇의 우중간 방면의 장타를 적극적으로 대비했다.
↑ 루크 스캇이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시범경기 2회 2루타를 쳐낸 이후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인천)=김재현 기자 |
좌타자를 상대로 시즌 중 시프트가 이뤄지는 경우는 있지만 시범경기 중 특정 선수를 상대로 이처럼 적극적인 시프트가 이뤄지는 경우도 흔치 않다.
21일 경기전 덕아웃에서도 ‘스캇 시프트’가 주요 화제가 됐다. 이만수 SK 감독은 “시프트가 있으면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현역 시절 이 때문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면서 “그럴때일수록 더 강하게 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타자이자 마지막 4할타자인 테드 윌리엄스가 쓴 ‘타격의 과학’을 인용한 해결법을 제시했다. 극단적인 풀히터(당겨치는 타자)였던 테드 윌리엄스는 현역 시절 자신에게 맞춰진 지독한 시프트에 시달렸지만 당겨치는 타격을 고수했다. 대신 해법으로 더 강하게 타구를 날려 안타와 장타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고 종종, 텅 빈 좌측 외야에 밀어치는 안타를 날리거나 번트안타를 만들기도 했다.
김기태 LG 감독은 향후 시프트 활용에 대해 “아직 못 만난 외국인 타자들이 있다. 두산(호르헤 칸투)이나 롯데(루이스 히메네즈)는 상대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우타자를 상대로는 어려울 것 같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시프트 사용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경기에 들어가자 LG는 외국인 타자 중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스캇을 상대로 확실한 시험을 선택했다. 2회 무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LG는 스캇을 상대로 시프트를 썼다. 3루를 비워두고 유격수가 2루 베이스 근처로 이동하고, 2루수가 1루 베이스와 2루 베이스 가운데로 위치하는 변화. 하지만 스캇은 김광삼의 6구를 밀어 쳐 좌중간 방향으로 향하는 2루타를 날려
전력 질주를 펼쳐 2루를 밟은 스캇은 이어진 공격, 얕은 우익수 뜬공 때 과감하게 3루를 파고후속 1루 방면의 땅볼 때도 무난하게 홈을 파고들어 추격득점까지 올리며 활약했다.
스캇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우익수 뜬공,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다시 볼넷을 얻었다.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