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왜 지상 최고의 라이벌전이라 불리는지 입증된 226번째 엘 클라시코였다. 명불허전이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작금 축구계 최고의 별들이 충돌한 화려한 축구쇼는 승패를 떠나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한국시간으로 24일 새벽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3-14시즌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에서 만났다. 통산 226번째 엘 클라시코의 승자는 원정팀 바르샤였다. 4-3. 보기 드문 난타전이 나왔다. 메시가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벤제마(2골) 호날두(1골) 이니에스타(1골) 디 마리아(2도움) 등 스타들이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 과연 엘 클라시코였다. 명불허전이라는 표현이 딱 적합한 경기였다. 왜 그들이 최고의 별로 통하는지, 화려한 축구쇼로 보여주었다.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
이런 조건들과 함께 경기 전부터 뜨거웠던 통산 226번째 엘 클라시코는 전반 7분 만에 기름이 확 부어졌다. 원정팀 바르셀로나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먼저 웃었다. 역시 리오넬 메시였고 역시 이니에스타였다. 레알 지역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공을 잡은 메시는 수비가 달라붙기 전에 부드럽게 왼쪽에 있던 이니에스타에게 패스를 내줬고 이를 이니에스타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크로스바 하단을 때리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응수가 곧바로 나왔다. 디 마리아와 벤제마 콤비가 5분 사이 2골을 합작했다. 전반 19분 가레스 베일이 중앙에서 왼쪽으로 내준 것을 디 마리아가 왼발 크로스로 올렸고 이를 박스 안에서 벤제마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다. 발데스 골키퍼가 손을 뻗었으나 스치고 들어갔다.
5분 뒤인 전반 24분, 마르셀로로부터 공을 받은 디 마리아가 다시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다시 벤제마가 오른쪽 허벅지 트래핑에 이은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바르샤도 전반이 채 끝나기 전에 멍군을 불렀다. 메시가 다시 빛났다.
전반 42분 레알 마드리드 박스 안에서 메시가 네이마르에게 연결한 것이 부정확하게 네이마르의 발을 맞으면서 무산되는가 싶었던 찬스였다. 하지만 메시가 강한 집중력을 가지고 공으로 쇄도, 수비수 4명이 모인 좁은 공간에서 기어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대기록이 탄생한 순간이다. 메시의 엘 클라시코 통산 19번째 득점이었고 이는 레알의 전설 디 스테파노의 18골을 넘는 ‘역사’였다.
메시가 1골1도움으로 나는 것을 지켜보던 호날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에는 다소 활약상이 적었던 호날두는 후반 8분 특유의 드리블 돌파로 바르샤 진영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알베스의 파울을 유도해내면서 PK를 얻어냈다. 박스 밖에서 걸린 인상이 강했으나 워낙 빠른 질주에 판단이 흐려진 감이 있었다. 어쨌든 호날두는 자신이 얻어낸 PK를 직접 성공시키면서 시즌 26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호날두가 뛰자 이번에는 네이마르가 날았다.
바르샤에는 네이마르도 있었다. 후반 18분 네이마르가 수비라인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드리블치고 꺾어 들어가는 것을 레알의 센터백 라모스가 뒤늦게 막아내면서 PK를 허용했다. 라모스는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키커는 메시였고, 메시의 왼발을 떠난 공은 다시 골문을 통과했다. 메시의 엘 클라시코 통산 20번째 득점과 함께 경기는 3-3이 됐다. 아직은 결승골이 아니었다. 하지만, 라모스의 퇴장은 결승골의 빌미가 됐다.
10명이 된 레알 마드리드는 어려운 경기가 불가피했다. 억지로 억지로 막아냈으나 결국 체력적인 부담이 컸다. 그리고 결국 또 PK에 울었다. 후반 37분 이니에스타가 박스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또 파울을 얻어내면서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메시가 다시 성공시키면서 경기는 4-3으로 마감됐다. 메시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축구팬들은 새벽잠이 아깝지 않을 경기였다. 풍성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었다. 메시가 보여준 정확한 컨트롤과 패스, 슈팅과 집중력은 정말 나무랄 데가 없었다. 호날두와 베일의 드리블은 그야말로 폭풍 같았다. 벤제마의 헤딩슈팅이나 허벅지 트래핑은 최전방 골잡이가 어떤 미덕을 갖춰야하는지 보여줬다. 이니에스타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패스, 디 마리아의 날카로운 크로스, 알베스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 네이마르의 영리하고 얄미운 반칙 유도까지, 왜 그들이 이 시대 축구스타로 통하는지 입증
화려하면 조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레알과 바르샤와는 거리가 멀었다. 거들먹거려도 누가 뭐라 하기 힘든 천문학적 몸값의 화려한 선수들이 투지가 무엇인지도 가르쳐주었다. 아름다운 축구도 보았고 전쟁 같은 축구도 보았다. 심판의 애매한 판정이 있기는 했으나, 제대로 빅매치를 즐겼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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