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지난 시즌 이대형(31·KIA 타이거즈)과 정의윤(28·LG 트윈스)은 야구팬들과 애증의 관계였다. 애증의 골은 깊었지만, 미움보다 애정이 더 컸다. 팬들은 그들이 언젠가는 터져주길 바라며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이대형과 정의윤이 이에 화답했다.
이대형과 정의윤은 올 시즌 시범경기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냈다. ‘톱타자’ 이대형은 타율 3할5푼7리(5위)를 기록하며 출루율(0.514) 득점(11점) 부문 1위에 올랐다. ‘거포’ 정의윤은 맹타를 휘둘러 4관왕(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을 차지했다. 서러웠던 시간이 이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 (왼쪽부터) 정의윤과 이대형은 2014시즌 시범경기에서 부활 조짐을 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이대형을 미워만할 순 없었다. 타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4년 연속 도루왕(2007~2010시즌)에 빛나는 빠른 발을 가지고 있기에 상대 투수들을 흔들어 놓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외야진영을 가로지르는 정확한 수비 능력을 지녀 주전 중견수로서 손색이 없었다. 때문에 2군에서보다 1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정의윤은 여러 별명을 안고 있다. ‘만년 거포 유망주’부터 ‘오거정(오승환을 거르고 정의윤)’까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매년 시범경기에서 많은 수의 장타를 때려내다가도 시즌만 들어서면 방망이가 잠잠해 팬들의 속을 태웠다. 때문에 정의윤이 부진할 때면 어김없이 그의 신인 드래프트 당시를 거론하며 오승환과 비교했다. LG가 오승환 대신 정의윤을 지명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겨우내 악착같이 훈련에 매달렸다. 정의윤은 마무리훈련 참가를 자청했다. 가장 먼저 지난해 겪었던 기복을 줄이기 위해 타격폼 수정에 나섰다. 오픈스탠스를 포기했으며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즌을 준비하는 연습단계다. 그러나 이대형과 정의윤의 활약으로 보아 올해 부활을 짐작케 하고 있다. 선수들의 노력과 팬들의 응원이 이뤄낸 합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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