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투혼승` 비결, 잃을 것 없는 즐긴 자의 여유

[매경닷컴 MK스포츠(안산) 서민교 기자] 안산 신한은행이 벼랑 끝에서 값진 1승을 따냈다. 극적인 연장 역전승. ‘오늘 지면 끝’인 위기의 순간에도 신한은행 선수들은 챔피언결정전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2연패 뒤 1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신한은행은 28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2013-14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76-7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 2차전 2연패로 패색이 짙었던 신한은행은 이날 승리로 우승의 희망을 이어갔다.

↑ 춘천 우리은행과 안산 신한은행의 "2013-2014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이 28일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벌어졌다. 신한은행이 1차 연장 접전끝에 76-71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면서 2연패 뒤 귀중한 승리로 챔프전을 4차전으로 끌고 갔다. 신한은행 최윤아가 1차 연장 시작과 동시에 3점슛을 성공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안산)=김영구 기자

신한은행은 체력적으로 고갈 된 상태였다. 3강 플레이오프 2경기에 이어 챔프전 3차전을 치르는 등 9일 동안 5경기를 소화했다. 단기전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의 발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무거웠다.
그러나 신한은행 선수들은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눈부신 투혼이었다. 4쿼터 종료 6.7초 전 곽주영이 결정적인 동점 슛으로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갔고, 최윤아가 연장전에서 3점슛 1개를 포함해 5점을 몰아넣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뛰어준 선수들이 고맙다”고 감격했다.
극적인 연장 승리를 거둔 신한은행 선수들은 기자회견실에서 의외로 여유가 넘쳤다. 최윤아는 “정말 부담 없이 코트에 들어갔다”면서 “힘든 건 정말 힘든 게 맞는데, 우린 잃을 것이 없기 때문에 즐겼다. 오히려 우리은행 선수들이 꼭 이기려는 마음이 커서 발이 무거운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오늘 정말 재밌었다. 실수를 해도 선수들끼리 격려를 하면서 웃어줬다. 경기 중에 농담을 할 정도로 즐겼다”고 덧붙였다.

↑ 신한은행 최윤아, 김단비, 김연주가 극적인 연장 역전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안산)=김영구 기자

최윤아의 말은 사실이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경기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에도 코트에서 서로 격려하며 보듬었고, 벤치에서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챔프전 경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통합 6연패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여유였다.
이날 19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맹활약한 김단비는 “모든 선수들이 다 힘들어 다리가 안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허무하게 지지 말자며 마음을 비우고 나왔다”고 했고, 연장전으로 끌고 간 결정적 동점 슛을 성공시킨 곽주영(16점)도 “노련미가 있는 선수들이 많아 부담 없이 따라 했다”고 웃었다.
신한은행은 29일 안산 홈에서 우리은행과 4차전을 갖는다.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각오는 같았다. 최윤아는 “아파도 쉴 수 없다. 농담으로 챔프전 끝나면 휠체어를 준비해 달라고 할 정도”라면서도 “안산에서는 지고 싶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안산시민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기면 좋겠지만, 후회 없이 재밌게 즐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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